지난 5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동산초등학교 식당. 최근 학교급식시설을 증축'개조한 덕분에 실내가 최신 음식점 못지 않게 깔끔하다. 이날 반찬 메뉴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닭강정과 카레 등으로 차려졌다. 얼른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다시 배식소로 달려가 식판을 내미는 학생들도 적잖다. 맛도 맛이겠지만 아이들의 구미를 당기는 것은 재료들이 모두 친환경 우리농산물이기 때문이다.
2학년 도의연(8)군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재료를 사용해 안심이 된다"며 "매일 두 그릇을 비운다"고 말했다. 친환경 열풍은 학교도 비켜가지 않는다. "내 아이가 먹는건데…"라는 CF 문구처럼 자녀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은 학교급식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대구 학교들의 친환경농산물 급식은 다른 지역에 비해 아직 초보 단계라는 지적이 많다.
◆학교급식, 안심하고 먹는다
동산초교의 친환경농산물 급식은 올해로 3년째다. 친환경 급식을 하면 재료 구입비가 느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학부모 부담은 전혀 없다. 대구시와 수성구로부터 친환경농산물을 사는 데 따른 추가 비용을 지원받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4천만원 정도를 보조받고 있는 것. 이 때문에 모든 재료는 최상급으로 구입할 수 있다. 쌀은 유기농, 채소와 과일은 무농약, 양념류는 국산, 소고기는 1등급을 사용하고 있다. 윤경숙 교장은 "보통 학교 급식엔 소고기의 경우 3등급이 많이 사용된다"고 전했다.
친환경 급식에 대한 학부모의 만족도는 무척 높다. 매년 설문조사를 하면 거의 100% 만족한다는 응답이 나오고 있는 것. 윤 교장은 "학부모들이 친환경 급식이 왜 좋은지를 경험하면서 지자체 지원이 없어도 계속 하겠다는 응답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지원 없이 친환경급식을 하려면 현재(한끼 당 1천500원 정도)보다 300원 정도 많은 한끼 당 1천800원을 부담해야 한다. 하복자 영양 교사도 "친환경 급식으로 농약이나 각종 화학약품으로부터 해방되니까 학부모들이 믿고 맡긴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 남산2동 남산초교도 3년 전부터 친환경농산물 급식을 하고 있다. 이 학교 또한 지자체로부터 약 4천만원을 지원받아 추가 부담없이 학생들이 친환경농산물을 먹고 있는 것. 초창기 학교 담당자들이 직접 하나하나 현장을 다니면서 친환경농산물을 검증하는 등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지금은 모두가 만족하고 있는 상태다. 권혁락 교장은 "과거 일반미를 사용할 땐 밥이 퍼석했는데 유기농쌀로 바꾼 뒤엔 찰지고 고기도 1등급이라 맛있어 학생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아직 갈 길 멀다
동산초교나 남산초교처럼 대구에서 지난해 친환경농산물 급식 지원을 받은 학교는 모두 58개교로 금액으론 총 8억4천700만원 정도다. 이는 전체 급식학교(432개교) 가운데 13.4% 수준. 올해는 이보다 좀 더 늘어 전체 70개교, 12억5천400만원 가량이 지원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다. 인천의 경우 지난해 전체 초'중'고 419개교 가운데 절반이 넘는 255개교에 총 41억원 가량의 친환경농산물 급식 지원이 이뤄졌고 올해는 지원학교 수와 예산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대전도 올해 전체 초등학교(136개교)에 총 40억원이 지원된다.
경북 또한 올해 전체 979개교에 179억원이 지원돼 학교급식에 우수식재료를 구입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특히 경북은 올해 9억7천만원을 들여 처음으로 영주에 급식지원센터를 짓는다. 이를 통해 지역의 우수농산물을 소비시키고 학생들에겐 안전한 지역농산물을 공급하도록 할 계획. 또 2015년까지 각 시'군에 최소 1곳의 급식지원센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친환경 농산물 학교급식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자체와 학교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구시교육청 평생체육보건과 윤연옥 사무관은 "대구는 아무래도 소비도시다 보니 농산물 생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친환경 급식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은 상태"라며 "학교 자체적으로 친환경 급식을 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은 상태로 친환경 급식 활성화를 위해선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학교장의 시행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구학교급식운동본부 강신우 공동 집행위원장은 "대구는 소비처, 경북은 생산처로 상호지원할 수 있는 '로컬푸드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대구의 재정상 교육투자 여력이 많지 않은 만큼 중앙정부가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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