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미정의 별의 별이야기]'꽃보다 남자'의 구준표 이민호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돼 있었다는 말이 이 남자에게는 정말 딱 들어맞는다. KBS 2TV 인기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 이민호(22) 얘기다.

이민호는 이 드라마 한 편으로 정말 톱스타가 됐다. 여러 연예매체는 연일 그의 사소한 소식까지 전달한다. 네티즌들은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 그의 과거 행적을 찾아내고 있다. 이민호에게는 안티도 없다. 그냥 사랑해주는 팬들이 있을 뿐이다. 곱슬곱슬한 소라빵 머리도 이민호가 하니까 유행스타일이 됐다.

단 한 편의 드라마로 이 자리에 오른 이민호. 이민호에게는 이런 팬들과 미디어의 관심이 행복하면서도 동시에 부담스러울 성싶다. 바쁜 시간을 쪼개 기자와 만난 이민호는 이런 세간의 관심에 기쁨과 함께 부담감을 털어놨다.

"큰 사랑을 주시는 것은 정말 감사해요. 그런데 그만큼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아졌어요. 전처럼 편하게 돌아다니지도 못하고요. 드라마 촬영에 CF'인터뷰까지, 일정이 많아져서 잠잘 시간이 없어요. 보약을 먹으며 버티고 있습니다."

사실 '꽃보다 남자'는 인기 보증수표와도 같은 드라마였다. 원작 만화는 일본에서 11년간 연재되며 36권의 단행본으로 발간됐다. 단행본은 5천800만부의 판매고를 올렸다. 미국 프랑스 스페인 등 세계 14개국에서 번역 출판됐으며 일본과 대만에서는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일본과 대만에서 꽃미남 4인방 F4로 등장한 주연배우들은 모두 스타덤에 올랐다.

"워낙 다른 나라에서도 '꽃보다 남자'가 잘 됐으니까 이 드라마에 출연하면 어느 정도 인지도는 생기겠다고 기대는 했어요. 그런데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에는 '이민호'란 이름 대신 '구준표'만 있었는데 이제 이민호에게도 관심을 많이 가져 주세요. 앞으로 더 잘 해야죠."

재벌2세 '구준표'를 연기하기 위해 이민호는 노력도 많이 했다. 젓가락질도 새로 배웠고 걸음걸이도 고쳤다. 승마 등 운동도 열심히 배웠다.

"어떻게 하면 구준표를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노력도 많이 했고요. 노력만큼 사랑도 많이 받게 돼 다행입니다. '꽃보다 남자'가 끝나면 참 공허하고 허전할 것 같아요. 지금도 종영을 생각하면 가슴이 시려요."

반짝 스타가 되긴 했지만 사실 방송가에서는 그의 성공을 점친 사람이 많았다. 186cm의 키에 선이 굵은 이국적 외모. 왜 지금까지 뜨지 못했는지가 의아할 정도로 이민호는 외형적 조건이 뛰어나다. 건국대 영화예술학과에 재학 중인 이민호는 신인 연기자치고 연기도 잘한다. 그런데 그에겐 그간 운이 따르지 않았다.

이민호는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과 드라마 '9회말 2아웃' 등 드라마 출연을 목전에 두고 있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모든 걸 포기해야 했다. '절친' 정일우와 함께 여행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일행보다 훨씬 많이 다친 이민호는 지금까지 다리에 철심을 박고 생활했다. 오는 5월 철심을 제거하는 수술을 한다.

"전 다시 사고가 나면 큰일이에요. 또 사고를 당하면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고까지 했으니까요. 교통사고에 대해 유난히 예민하죠. 그래서 매니저도 차를 조심조심 몰아요. 다른 출연진들이 모두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저만 사고를 안 당한 게 이 때문인 것 같아요."

그는 친구 정일우가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스타덤에 오르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자신 역시 사고가 난 몸을 추스르고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결과는 모두 좋지 않았다. SBS 드라마툰 '달려라 고등어'에 주연으로 등장했지만 24부로 예정된 드라마가 8회 만에 조기 종영되는 아픔을 겪었고 고생 끝에 출연하게 된 KBS 드라마 '아이엠 샘'도 저조한 시청률 속에 막을 내렸다.

"출연작들이 잘 되지 않아서 마음고생을 좀 했죠. 이 작품이 잘 됐으니까 괜찮습니다. 데뷔한 지 3년 됐지만 아직까지 신인이라는 것에는 틀림이 없어요."

지난해 그는 영화 '울학교 ET'에도 출연했다. 그러나 평단의 긍정적 평가와 달리 영화는 흥행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당시 영화에는 '과속스캔들'로 국민여동생이 된 박보영이 함께 출연했다.

"'울학교 ET' 박광춘 감독님이 '내 작품 출연진은 내 작품으로는 안 뜨는데 끝나고 나면 뜨더라'고 하셨어요. 가능성을 보고 노력하는 배우를 캐스팅한다는 얘기셨죠.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됐습니다. 그 말에 감동을 참 많이 받았어요."

반짝 스타가 되긴 했지만 연기 욕심이 많은 이민호다. 이민호는 신인 시절(2007년 10월) 말한 것과 똑같이 설경구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중견배우가 됐을 때 존경받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다양한 모습 보여줄 수 있는, 연기 잘하는 배우 말이에요."

얼마 전 열린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이민호는 '꽃보다 남자'로 TV 부문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그런데 이 욕심많은 배우는 또다른 신인상을 노리고 있다.

"좋은 차기작을 고르고 있어요. 올해 영화 신인상도 받고 싶습니다. 1년만에 영화와 TV 신인상을 모두 받을 수 있을까요? 아시아에서도 주목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슬슬 외국어 공부도 해야죠."

이제 막 연기 인생의 1막을 써 내려간 이민호. 그가 '꽃보다 남자'의 반짝 스타로 남을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성장해 나갈지 많은 팬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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