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페기행]대구 중구 동성로 '도요'

바쁜 일상에 찌들린 현대인들은 잠시나마 조용하게 사색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 도심을 벗어나고픈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이따금 근교의 호젓한 곳을 찾지만 도심 속에서 차 한잔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낭만과 시간절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시내 중심가에 있으면서 음악과 미술에 진한 향의 커피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반월당 중앙파출소 건너편 대구역 쪽 방향 골목에 위치한 카페'도요'(053-421-6233). 오는 봄을 시샘이라 하듯 봄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시던 날 찾아간 도요는 허름한 건물에 간판조차 잘 드러나지 않았다. 화려하고 우아하지 않은 외관과 달리 내부에 들어서자 감미로운 음악과 진한 커피향이 다가섰다.

이 카페 대표 김동열(35)씨는 "거창하지는 않지만 차와 예술이 만나는 복합공간을 만들어 치열한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김씨는 계명대 사진과를 졸업한 뒤'도요 김'이란 이름으로 사진 작업을 하던 중 자기만의 작업 공간을 찾다 지난해 7월 1층에 카페 도요, 2층에 갤러리, 3층에 자신만의 작업 스튜디오로 리모델링해 열었다고 한다. 카페 인테리어는 김씨 자신의 손으로 시간나는대로 했으며 최근엔 와인 진열대까지 직접 만들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는 통나무 타는 냄새가 구수하게 나는 나무난로이다. 겨울엔 손님들에게 가끔 고구마도 구워서 서비스한다. '도요'는 시경(詩經)에 나오는 한 구절인 도요시절(桃夭時節)에서 따온 것으로 '복사꽃이 아름답게 피는 시절', 즉 처녀가 시집가기에 알맞은 꽃다운 시절이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작가인 김씨는 커피에도 관심이 커 서울까지 가서 커피 만드는 법을 배웠을 정도로 열성이다. 자신이 볶아 핸드드립으로 직접 내린 콜롬비아 슈프리모, 과테말라 안티구아, 에티오피아 예르가체프, 브라질 산토스 등 커피를 내놓는다. 가격은 3천원. 커피 뿐 아니라 한국 전통차(4천원)에다 맥주(국내산 3천원, 수입산 5천원) 등도 준비하고 있다.

손님이 와인을 직접 들고 올 경우엔 테이블 대여료(1만원)만 내면 즐거운 분위기에서 지인들과 편안하게 마실 수 있도록 했다. 내부 시설이 화려하진 않지만 문화 향기가 물씬 풍기는 카페 옆 벽면엔 예술사진집·패션잡지·디자인서적 등 2천여권을 비치, 누구나 문화예술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상업성을 띠지 않고 제가 좋아 하는 것이라서 지인들 소개로 알음알음 찾아오고 있다"는 김씨는 "손님들에게 부담없는 가격대의 찻값으로 깊은 문향에 젖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곳의 또다른 특징은 2층 갤러리 공간이다. 김씨는 "자신도 가난한 예술가이지만 한국의 문화 발전을 위해 개인 차원에서 젊은 예술가들의 성장에 조그만 밑거름이 되고 싶어 갤러리를 만들었다"며 "무료 대관을 원하는 젊은 작가들은 언제나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갤러리 첫 기획전은 15일까지 열리며 9명의 젊은 예술가들이 '생활의 변(便)'이란 제목으로 건축공간을 이용해 벽화·사진·회화·설치·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인다. 두 번째 기획전(16~31일)으로 '더 트러벌'전도 준비 중이다.

카페 도요는 시내 중심에 위치해 낮 12시부터 자정까지 문을 열어놓고 있어 시간 제약없이 전시작품도 관람할 수 있다. 전수영기자poi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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