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광현·추신수 넣나, 빼나…" WBC대표팀 딜레마

'투타에서 하나씩 아쉽네.' 미국에서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한 좌완 투수 김광현(20·SK 와이번스)과 쓰임새가 제한되어 버린 주축 타자 추신수(26·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때문에 고민 중이다.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일본 킬러'로 부상했던 김광현은 7일 아시아 예선 일본전에서 주무기인 슬라이더가 집중 공략당해 1과 1/3이닝 동안 8실점으로 무너진 뒤 아직 구위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2일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연습 경기에서 마운드에 올랐으나 2와 2/3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3실점으로 부진했다. 한국 대표팀은 샌디에이고에 4대10으로 졌다.

김광현은 칼날같은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유형이 아니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과 슬라이더를 앞세워 상대를 힘으로 누르는 투수인데 슬라이더만으로는 타자를 제압하기 어렵다. 문제는 현재 김광현의 빠른 공이 시속 140㎞를 겨우 넘을 정도이며 공 끝 역시 살지 않고 있다는 점. 슬라이더 역시 밋밋하게 꺾이는 상태다.

2라운드에서 한국은 일본, 쿠바, 멕시코와 한 조에 묶였다. 김광현이 난타를 당했던 일본전에 다시 나설지는 의문인데 이대로라면 쿠바나 멕시코와 맞설 때도 등판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완벽한 제구력을 갖추고 있지 않은 김광현이 빠른 공의 구위를 찾지 못하면 힘을 갖춘 쿠바, 멕시코 타선을 상대로 고전할 가능성이 높아 등판 시점을 정하기 어려워진다.

한국 대표팀의 유일한 메이저리거로 타선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추신수도 코칭스태프를 고민스럽게 만들고 있다. 당초 추신수의 소속 구단인 클리블랜드 등은 팔꿈치 통증을 이유로 1라운드에 지명타자로만 출장시켜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고 한국은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도 이같은 족쇄가 여전히 풀리지 않게 돼 아쉬움이 크다.

타선 구성과 수비 진용까지 생각하면 추신수가 외야수로 나서는 것이 가장 좋다. 타선의 힘을 극대화하기에는 추신수, 김태균(한화 이글스),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로 이뤄진 중심 타선이 안성맞춤이다. 이 때 이대호는 지명 타자를 맡으면 된다. 하지만 추신수가 지명 타자로 출전하게 되면 김태균이 1루수인 까닭에 이대호(롯데 자이언츠)와 추신수가 겹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타선을 활용하려면 이대호가 3루 수비를 해야 하는데 그는 이미 9일 일본과의 1라운드 순위 결정전을 앞두고 3루 수비에 부담을 느낀다고 밝혔다. 내야 수비 안정을 위해 이범호(한화)가 3루수로 나서면 이대호는 대타로밖에 쓸 수 없다. 미국에서의 정밀 검진 결과 팔꿈치 통증이 단순 근육통으로 밝혀졌음에도 수비를 할 수 없게 된 추신수 때문에 머리가 아픈 상황이다.

류현진(한화), 봉중근(LG 트윈스) 등과 함께 선발 마운드를 구축해야 할 김광현과 메이저리거로서 파괴력을 갖춘 추신수의 활용도를 두고 고민에 빠진 한국 코칭스태프가 어떤 묘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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