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주식시장의 희비를 가르고 있다.
환율이 오르고 내림에 따라 주식시장도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주식시장의 '큰 세력'인 외국인들이 환율의 움직임에 연동해 주식을 사거나 팔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따라 출렁출렁
이달초 원/달러 환율은 한때 1,597원까지 올라갔다. 환율이 급등하자 코스피지수는 이달초 장중 한때 1,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급락하던 증시는 원/달러 환율이 지난 3일부터 하향 안정세를 보이자 다시 상승세를 탔다. 원/달러 환율이 4일에 잠시 반등하자 코스피지수는 이날 0.10% 떨어졌다. 10일과 11일 이틀 연속 환율이 30원 이상 큰 폭으로 내리자 코스피지수도 1.91%, 3.23% 급등했다.
12일 원/달러 환율이 다시 급등, 전날보다 달러당 25.50원 올라 1,496.50원으로 장을 마감하자 코스피지수는 불과 0.08% 오르는데 그쳤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내내 하락세를 보이다 가까스로 상승세를 지켜냈다. 환율이 급격히 오르자 외국인들과 개인이 주식을 팔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됐고 장 막판 들어온 프로그램 순매수 덕분에 지수하락을 막아냈다.
◆왜 환율이 열쇠를 쥐나?
환율의 등락에 따라 증시가 왔다갔다하는 것은 우리 증시의 큰손인 외국인들이 환율 변동세에 따라 사고 파는 방법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환율에 따라 외국인들이 매매 방식을 달리하는 것은 당연하다. 원화값이 추락하면 주식을 팔아 원화를 만들어도 달러로 바꿀 때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외국인들이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굿모닝신한증권이 지난해 12월 이후 원/달러 환율과 외국인 매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한때 1,470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이 지난 1월 들어 1,200~1,300원으로 떨어지자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돼 코스피지수의 반등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달 10일부터 환율이 오르기 시작해 올들어 처음으로 20일 종가기준으로 1,500원을 돌파하자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3천589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 코스피지수가 3.72% 급락하기도 했다.
◆환율 도대체 어떻게 될까?
12일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환율·원자재 동향 및 환위험관리 설명회'에서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상반기 중 예산의 70%가 투입된 재정 지출 효과가 하반기 이후 가시화되고 세계 경제의 회복으로 환율은 하반기 큰 폭의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반기 경기가 안정되면 환율은 평균 달러당 1,124원까지 하락해 연평균 환율이 달러당 1천216원이 된다는 것.
원/엔 환율도 상반기 평균 100엔당 1천391원에서 하반기에는 1천147원으로 내리면서 연평균으로는 1,269원선이 될 것으로 장 연구원은 전망했다.
대구은행 트레이딩부 이성우 부부장은 "연말엔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타면서 달러값의 경우, 1달러당 1,100~1,200원대에서 움직일 것이란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요즘 세계 경제에 워낙 복병이 많아 확실히 환율이 내린다고 볼 수는 없다. 미국 경제, 특히 미국 증시가 바닥을 찍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신호가 나오지 않는만큼 당분간은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거듭할 것이다. 1,450원에서 1,525원 사이를 왔다갔다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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