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가 원로도 정권따라 바뀌네

정권이 바뀌면 국가 어른도 바뀐다(?) 진보적 성향이 강했던 노무현 정부 원로와 달리 이명박 정부에서는 보수 인사들이 원로 대접을 받아 나오는 얘기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원로회의는 12일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첫 회의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한승수 국무총리와 민간 의장 2명이 공동의장을 맡은 이 회의는 각계 원로위원 56명으로 구성됐다. 백선엽 전 육군참모총장, 현승종·남덕우·박태준·이홍구 전 국무총리, 이철승 전 국회부의장 등이 멤버다.

이들의 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보수 성향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성우회(예비역 장성 모임) 초대 회장을 지냈던 백 전 참모총장과 남 전 총리는 2004년 당시 노무현 정권에 반대하는 집회로는 최대 규모였던 '국가보안법 사수 국민대회' 등에 자주 모습을 보이며 보수를 대표해 왔다.

반면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 원로들의 대부분은 진보 성향 인사들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가 대표적 인사. 김 전 대통령과 강 교수는 보수층의 반발을 사 온 햇볕정책을 선두에서 이끌어 왔다. 또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송기숙 전남대 명예교수,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 함세웅 신부, 강원룡·박형규 목사 같은 진보 성향 원로들도 노 전 대통령과 자주 만남을 가졌다.

노 전 대통령 시절 원로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있다. 통일 문제와 관련한 대통령 자문기구인 통일고문회의 고문단의 경우 지난달 초 재위촉에서 참여정부 시절 고문 30명 가운데 8명만 남겼다. 재위촉된 8명 중 7명도 당연직 유관 기관장이다.

의장인 이홍구 전 총리와 한승주 전 외무장관을 비롯해 김학준 동아일보 회장, 이인호 카이스트 석좌교수, 유세희 한양대 명예교수,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 이경숙 전 숙명여대 총장 등 보수성향 인사들이 대거 새로 위촉됐다.

이명박 정권에 이처럼 보수 성향 원로들이 두드러지면서 비판도 생겨나고 있다. 노무현 정부처럼 지나치게 진보적인 것도 문제지만 반대로 지나치게 보수적인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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