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군 보문면 미호1·2리, 작곡리, 오암리 등 4개 마을 양봉농가 11가구는 한창 꿀벌 관리에 바빠야 할 요즘 텅빈 벌통을 바라보며 한숨만 짓고 있다. 지난해 마을 주변에 골프장이 들어선 이후 꿀벌들이 떼죽음당하면서 양봉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
양봉농가들은 "골프장 조성이 한창이던 지난해 8월 이후 꿀벌들이 죽기 시작했다"며 "골프장 측이 살포한 농약에 오염된 물과 꽃꿀을 빨아 먹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군청을 방문해 민원을 제기하고 피해보상을 요구했지만 "골프장 농약이 꿀벌 폐사의 원인이라는 증거가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예천군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의뢰한 꿀벌폐사 원인감정 결과 일부 양봉농가의 경우 '노제마병'이 원인이었고, 또 다른 농가는 '원인미상'으로 밝혀졌다고 통보받았다. 꿀벌 폐사체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90통의 꿀벌이 모두 죽어 한 해 수익금 1천800만원이 날아갔다는 윤기화(60·여·보문면 작곡리)씨는 "죽은 지 2, 3개월이 지나 말라 비틀어진 꿀벌들을 가져가 분석한 결과를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며 "꿀벌들은 미량의 저독성 농약에도 죽을 수 있어 농약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워 골프장 측의 책임이 없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100통의 꿀벌들이 폐사한 김종명(65·보문면 미호1리)씨는 "32년째 양봉을 하고 있지만 이런 일은 없었다"며 "아카시아꽃이 많이 피는 골프장 반경 500여m 이내 4개 마을의 벌꿀들만 떼죽음당한 것만 봐도 골프장 농약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피해 마을과 불과 1km 정도 떨어진 신월2리 양봉농가의 경우 지난해 10통이었던 꿀벌들이 산란을 통해 36통으로 불어나는 등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피해 농가들은 군청과 골프장 측에 8천672만원의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골프장 측은 "군청이 실시한 꿀벌 집단 폐사 원인검증에서 골프장 측이 원인 제공자가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며 "다시 정확한 원인규명을 한 뒤 민원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예천·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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