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토요갤러리] 성 삼위일체

- 제작연도:1427~28년

- 재료:프레스코

- 크기:667×317㎝

- 소재지:산타 마리아 노벨라성당(이탈리아 피렌체)

오늘의 세계가 르네상스의 연속선상에 있다면, 최초의 르네상스 작품으로 꼽히는 '성 삼위일체'는 그것만으로도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성 삼위일체'를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 각 시대를 대표하는 명화(名畵)를 선정해 소개한다. 미술사적 관점은 물론 미학적·사회적·조형적 관점 등 다양한 시각에서 미술작품을 살펴보는 '토요갤러리'가 주말 독자들의 더욱 흥미롭고 풍요로운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그림은 스물여덟 살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이탈리아의 천재화가 마사치오(Masaccio)가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에 그린 '성 삼위일체'(聖 三位一體)라는 프레스코(젖은 회반죽 벽에 안료를 물에 개어 그린 일체의 벽화기법) 작품이다.

작가 마사치오에 관한 문헌 기록은 많지 않다. 다만 마졸리노(Masolino)의 제자였으나 오히려 지오토(Giotto)의 조형 전통을 이어받았고, 조각가 도나텔로(Donatello)의 사실주의적 인체묘사와 건축가 부르넬레스키(Brunelleschi)의 선원근법에 의한 공간구성을 수용해 회화에서의 르네상스 양식을 확립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 그림을 보면 우선 궁륭(아치·arch)의 격자무늬에 의한 선원근법(線遠近法)이 매우 실감나는 깊이감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 공간 속에서 제목이 의미하는 대로 화면 중앙에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있고, 그 뒤편에 성부가 십자가를 두 팔로 지탱하고 있다. 또 성령은 복음서에 기록된 대로 비둘기 형상으로 성부와 성자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작가는 이 삼위(三位)에 더하여 십자가 하단에 당시 처형 현장에 있었던 성모와 사도 요한을 배치하고, 그 아래 계단에는 이 작품의 기증자 부부를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 넣고 있다. 이는 당시 그림에서 가끔 볼 수 있는 기증자에 대한 배려로 보인다.

그리고 화면의 맨 아래쪽에는 돌로 된 관 속에 해골이 누워있는데 그 위에 이탈리아어로 '나는 한때 너였노라, 그리고 너는 지금의 나와 같게 되리라'라고 쓰여 있다. 작가는 해골과 예수를 대비시켜 인간에게 죽음은 숙명적이며, 죽음으로 죗값을 치르는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오직 인간의 죄를 대속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일깨우고자 한 것 같다.

그러나 이 작품의 가장 큰 예술적 의의는 무엇보다도 최초의 완벽한 르네상스 양식의 작품이라는 데 있다. 이전의 중세 회화가 물질세계는 정신세계를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 간주하는 신학적 접근방식을 택했던 반면 르네상스 회화는 물질세계를 인간 이성의 원리에 따라 재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러한 재현을 가능하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기하학적 원리에 의거한 선원근법의 발견이며, 이때부터 그림은 '마치 창문이나 거울을 통해 보는 것처럼'을 지향하게 된다. 이제 그림이 삼차원의 공간을 이차원의 화폭 위에 재현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이후 수백년 동안 지속될 환영(幻影) 또는 눈속임(trompe-l'œil)의 역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권기준(대구사이버대 미술치료과 교수·프랑스 스트라스부르 2대학 조형예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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