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누구야! 내 반쪽…영화 '뉴욕은 언제나 사랑중'

결혼식장에 나란히 선 신랑과 신부. 주례는 묻는다. "신랑은 신부를, 신부는 신랑을 평생 사랑하고 아껴주겠는가?" 드라마가 아닌 다음에야 어느 결혼식에서든 신랑은 우렁차게, 신부는 다소곳하게 "예"라고 답한다. 그런데 다소 발칙한 상상이지만, 아니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한번 묻고 싶다. "정말 사랑해요? 평생인데? 옆에 선 그 사람이 바로 운명의 짝인지 어떻게 100% 확신하죠?"

◆당신은 곁에 있는 사람을 확신합니까?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개봉한 영화 '뉴욕은 언제나 사랑중'(원제 : The Accidental Husband)은 바로 이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물론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그저 로맨틱 코미디인 만큼 한바탕 웃고 명치 끝을 손가락을 살포시 눌러주는 듯한 잠시의 감동에 빠져들었다가 극장을 나오면 그뿐이다. 무슨 스릴러 영화처럼 극적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눈물이 자글자글 흘러넘치는 감동 진한 작품도 아니다. 지극히 가볍고 시간 때우기용으로 적합한, 그러면서 유쾌 발랄한 전형적 할리우드 영화다.

그런데 뭔가 찜찜하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지금 만나는 애인은 능력 있고 잘생긴 데다 앞길도 창창한, 말 그대로 A급 배우자 후보는 아니다. 하지만 세상에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사람이 존재할 가능성은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가 당신에게 프러포즈할 가능성만큼 희박하다. 아무튼 A급은 아니더라도 서로 사랑하고 알콩달콩(가끔 자존심 때문에 투닥거리기도 하겠지만) 살아줄 배우자라면 흡족하다. 그래서 결혼도 결심했을 즈음, 누군가 다가와 이렇게 속삭인다. "정말 사랑한다고 확신해? 조금이라도 결혼을 주저한다면 그건 올바른 선택이 아니야. 다시 한번 생각해 봐." 그러고 난 뒤 애인을 바라봤더니 '흠~' 정말이지 뭔가 부족해 보이고, 안 맞는 느낌이다.

◆속삭임에 흔들리는 위험한 사랑

영화 '뉴욕은 언제나 사랑중'은 바로 이렇게 시작한다. 소시민적인 사랑에 만족하고 있는 커플을 이간질해 결국 파경을 맞게 만드는 '속삭임'의 전달자 엠마(우마 서먼)와 속삭임에 흔들린 애인에게 보기 좋게 차이는 패트릭(제프리 딘 모건). 엠마는 뉴욕 최고의 '러브 닥터', 즉 사랑 때문에 고민하는 커플들의 문제를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해결해주는 유명 인사. 청첩장까지 찍어놓은 마당에 엠마의 엉뚱한 충고 때문에 애인의 결별 선언을 들어야 했던 패트릭은 '유치한' 복수를 벼른다. 컴퓨터 해킹 천재인 친척 꼬마의 도움으로 엠마를 졸지에 유부녀로 만들어 버린 것. 엠마는 어떤 인물인가. 여자 문제로 평생을 골치 썩인 아버지 때문에 사랑을 고르는데 누구보다 신중했고, 그렇게 고른 신랑감 리처드(콜린 퍼스)는 뉴욕에서 잘나가는 명사이자 잘생기고 돈까지 많은 'A급 남자'다.

시청에 혼인 신고를 하러 간(영화에서는 결혼식도 올리기 전에 혼인 신고를 하는 걸로 나온다) 두 사람이 깜짝 놀라는 것은 당연지사. 영화 원 제목처럼 '우연한 남편'이 된 패트릭을 찾아간 엠마는 분위기에 휩쓸려 기절할 정도로 술을 마신 뒤 패트릭에게 업혀가고, 결국 그의 침대에서 하루 밤을 보낸다. 물론 단추가 조금 풀어졌지만 옷은 입은 채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뜻이다. 이쯤 되고 보면, 스토리 전개는 뻔하다. 좌충우돌 성격에다 축구를 좋아하고 남들의 시선에는 아랑곳않고 할 말을 해대는 남자 패트릭. 직업은 뉴욕시 소방수. 물론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덕분에 소방수는 상당히 섹시한 직업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거칠고 힘든 직업임에는 틀림없다. 반대로 결혼을 약속한 리처드는 다정다감하고 돈도 많고 잘생겼다. 엠마는 과연 어떤 사람을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로 택할는지….

◆명품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도 일품

영화는 아삭거리는 싱싱한 채소와 함께 텁텁하지 않은 드레싱을 얹어놓은 느낌이다. 감독은 '애딕티드 러브'(1997), '프랙티컬 매직'(1998), '피어스 피플'(2005)을 연출했던 그리핀 던이 맡았다. 전도유망하지만 예상가능한 인생이 내다보이는 배우자 대신 엉뚱하고 돌발적이지만 예측불허의 아기자기함을 선사할 수 있는 배우자를 찾아 나서는 뻔한 러브스토리가 될 뻔한 영화를 코믹적 요소와 인간 관계의 미묘한 심리 묘사까지 곁들여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이끌어냈다. 주인공 엠마 역을 맡은 우마 서먼의 연기 변신은 다시 한번 눈여겨볼 만하다. SF영화 '가타카'(1998)에 이어 현란한 칼솜씨와 잔혹한 미소로 관객들의 뇌리에 깊이 박혔던 '킬빌1, 2'(2003, 2004)을 거쳐 로맨틱 코미디 '프라임 러브'(2005)로 변신을 거듭하더니 올해는 최고의 러브 닥터로 이미지 바꾸기에 성공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제작까지 맡았다.

잘나가는 뉴욕 최고의 섹시남 리처드 역을 소화한 콜린 퍼스는 어떤가? 2억5천만달러를 벌어들인 로맨틱 신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필두로 성탄절 공식 로맨스 무비가 된 '러브 액츄얼리', 지난해 전 세계 극장가를 들썩이게 한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까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는 바람둥이 편집장에게 눈먼 브리짓을 끝까지 지켰던 마크, '러브 액츄얼리'에서는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사랑을 이룬 소설가 제이미, 그리고 '맘마미아!'에서는 기타를 치며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던 해리로 출연하며 작품마다 여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감독의 수차례에 걸친 간곡한 부탁 끝에 이번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고.

하지만 이번 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터프한 매력을 뿜어내는 패트릭 역의 제프리 딘 모건이었다.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와 영화 'P.S 아이 러브 유'에 등장했다. 액션 영화에 어울릴 법한 탄탄한 근육질 몸매와 괜히 시비 걸었다가는 본전도 못 찾을 것 같은 야성적인 눈빛이 오히려 버터로 뒤범벅돼 느끼함을 작렬할 뻔했던 로맨틱 영화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기야 술집에서 뻗어버린 엠마를 어깨에 둘러메고 자기 집 침대에 눕힐 정도라면 어지간한 체력으로는 어림없었을 터. 마지막 팁 하나. 결혼식장에서 엠마가 입은 웨딩 드레스는 명품 디자이너 암살라의 작품이라고. 화려한 장식 대신 깔끔하게 떨어지는 S라인 몸매를 잘 살려준 드레스. 웨딩 드레스 치고는 다소 엉뚱하다 싶을 정도로 큰 벨트에도 눈길이 간다. 최근 국내에서도 고위층 및 유명 인사 신부들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이라고.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