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도 없나 봐요. 누구지? 나보고 하는 말 같아서 1층부터 불 켜진 가구를 찾아 보았지만 캄캄했다. 이상하네? 가는 귀 먹었나? 거리감 있게 들리는 것 같았는데 바람 스쳐 갈 때마다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누굴까?
조금만 더 어정거리다 보면 만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으로 두리번거리는 내 앞 어렴풋이 보일 듯 말 듯 올망졸망한 하얀 물체, 소복을 입은 귀신도 아닌 것이 머리를 쭈뼛 세우게 하더니 코끝을 자극했다. 소름이 돋았다.
서서히 먼동이 트면서 와이셔츠 단추 구멍처럼 작은 내 눈이 황소 눈 되어 버렸다. 발목 잡은 이가 너였단 말이지. 아직 겨울을 탈피하지 못한 내가 너 보기에도 참 답답했나 보구나. 아무튼 고마워. 봄이 오는 소리에 난 밤새 눈을 못 붙이고 뒤척였다.
매화꽃이 어느덧 봄의 문턱을 넘어서면서 날 자극했던 것이다. 나보다 앞서가는 계절 앞에 무딘 나를 탓하면서 베란다 화초들을 살펴 보니 군자란이 아기 주먹만한 꽃봉오리를 피우고 있었다. 감상하면서 화초들을 매만지기도 전에 메시지 도착 알림이다.
대구국제마라톤 신청하라는 메시지다. 망설임 없이 신청하고 바로 봄맞이 겸 잘 정비된 금호강 둔치 자전거 길을 달려보기 위해 나섰다.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하는 파릇한 쑥부쟁이를 만날 수 있었고 강변구장에서 들려오는 운동 마니아들의 우렁찬 단합 소리는 대지를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10㎞ 코스를 달리다 보니 청둥 오리들이 물 위에서 풍덩 풍덩 수영을 하고 있었다. 봄은 이렇게 소리 없이 다가와 만물을 소생시키고 있었다. 무딘 나는 허겁지겁 달려 저만치 가있는 봄을 이제야 뒤따라 나서고 있다.
이유진(대구 북구 복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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