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내강(外柔內剛)이랄까. 김호경(55) 산은자산운용(주) 사장은 스스로를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라고 소개했지만, 끈기있고 냉철한 승부사적인 기질도 다분해 보였다.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의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는 김 사장은 "어떤 일이든 끈기있게 추진할 경우 반드시 성공하게 된다"고 믿고 있다. 이런 기질이 말단 샐러리맨에서 CEO까지 오른 버팀목이 된 것 같다.
그의 능력은 경제 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대우증권 전무에서 산은자산운용 CEO로 취임한 이후 6개월 동안, 수탁액 규모를 종전의 6조원에서 16조원으로 끌어올렸다. 미국발 금융 위기 속에서 동종업계의 다른 회사들이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는 와중에 오히려 급성장을 한 셈이다.
올해 중 동종업계에서 5위권내 선두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그에 대해 "증권회사에서만 근무, 자산운용 경험이 일천(日淺)하기 때문에 불안하다"는 등 회의적이었던 주변 사람들로서는 놀랄만한 일이다.
산은자산운용은 증권 펀드와 부동산 등 실물자산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로, 산업은행을 최대 주주로 하고 있으며 산은캐피탈과 계열사 관계이다.
김 사장은 앞서 대우증권의 소매 영업 총괄 전무를 맡았을 때는 다른 회사들과 차별화된 시스템을 구축, 영업 성과를 한해 동안 40% 이상 제고시켰다. 외환 위기 속에서 터진 대우그룹 해체 당시에는 6천억원 정도의 대우캐피탈 미수채권을 회수하는 책임을 맡아 4년여 동안 갖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손실없이 회수하기도 했다.
이런 능력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궁금했다. 그는 "어떤 일이든 맡게 되면, 전력을 쏟아 열정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방면의 책들을 늘 가까이 해왔던 것도 적잖은 힘이 됐을 게다. 사무실에는 경영·경제 분야는 물론 예술·문화 분야 등의 각종 서적들이 빼곡했으며, 최근 1년 동안 읽은 책만해도 1백권이 훨씬 넘는다고 한다. 주말에도 고객들과 약속이 없으면, 회사로 출근해 직원들을 격려하고는 책을 읽는다. 이처럼 폭넓은 독서량 덕에 그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을지도 모른다. 사장으로 막 취임했을 당시에도, 금융 위기로 불안해하던 직원들에게 외국의 위기 극복 사례를 들며 "공포 속에 희망이 있다"고 역설하며 우수한 인재들을 영입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으로 위기를 헤쳐 나갔다.
어려웠던 적도 없지 않았다. 대우증권 지점장으로 있었던 외환 위기 때는 "깡통계좌가 속출하고…, 투자 재산을 날려버린 고객들로 부터 거센 항의에 시달리는 바람에 하루하루 출근하는 게 지옥 같았다"고 한다.
화제를 바꿔 대구경북이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더니 "카지노든 경마든 간에, 돈되는 사업이라면 무조건 유치해야 한다"고 했다. 김 사장은 "지역 주민들이 보수적인 성향에서 조속히 탈피, 개방된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뒤 "서비스나 지식산업, IT 산업과 같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쪽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대구에서 경주와 포항을 잇는 지역은 강수량이 적은 지역인 만큼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한 사업이 성장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포항에서 태어났으나 초교(계림초등)· 중학교(신라중)를 다녔던 경주를 고향으로 여기는 김 사장은 "고향 때문인지 지금도 역사와 문화재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대구상고와 경북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로 가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수석 졸업하고 81년 대우그룹에 입사했으며 84년부터 줄곧 대우증권에서 근무해왔다.
부친도 농협(구 농업은행)에서 평생 근무했다고 하니 대를 이어 금융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셈인데, 아들 역시 건국대 부동산학과에 재학중이어서 3대째 맥을 이어갈 듯하다. 성주 출신인 장인도 농협에 다녔다고 한다. 부인(이영선·51)을 만나게 된 것도 부친과 장인이 같은 회사의 막역한 선·후배 사이인 인연 덕(德)이라 한다. 서봉대기자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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