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봄철 불청객 '황사주의보'

호흡기'피부'심장질환자 외출 미루세요

겨울이 따뜻하기를 바라는가. 그렇다면 봄 '고생'을 감내해야 한다. 겨울에 기온이 높을수록 황사가 일찍, 또 심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한 두 차례 강추위도 있었지만 대체로 포근했다. 때문에 올 봄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것 같다. 실제 황사가 유난히 잦고 심할 것으로 예보된데다 벌써 한 차례 지나가기도 했다. 황사가 건강에 미치는 피해는 엄청나다. 호흡기(인두, 후두, 기관지, 폐 등)는 물론 눈·피부 등에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이중 호흡기질환을 특히 조심해야 하는데 다른 질환까지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황사가 호흡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하면 황사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할 수 있을까.

◆황사와 호흡기질환

구리, 납, 카드뮴 등 중금속 물질이 포함된 황사 먼지 중 입자 크기가 지름 10㎛ 이하의 미세분진은 코점막이나 상기도(기관지·후두·인두·비강이 있는 부위)에서 걸러지지 않고 하부 기관지, 폐까지 들어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 미세먼지는 기도를 직접 자극해 기침, 목구멍(인두와 후두) 불편감, 답답함 등의 증상을 유발하고 기관지 염증을 일으켜 기관지 천식이나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또 이때 분비된 염증 유발물질은 혈관을 통해 심혈관에도 염증을 일으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미세분진 농도가 증가할수록 호흡기계 질환 및 심혈관계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나와 있다.

이뿐 아니라 천식이나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 악화돼 호흡 곤란, 쌕쌕거리는 천명음, 기침 등 증상이 심해지고, 심장병 환자의 경우 좌심실부전 증상 악화로 협심증, 심근경색증 증상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 게다가 고령자나 천식, 만성기도질환자들의 경우 미세분진에 노출되면 하부기도에 염증이 생겨 질환이 급속히 악화되거나 이차적인 세균 감염에 의한 폐렴 위험까지 커진다.

◆예방이 최선

황사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호흡기, 심혈관질환 환자는 황사에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황사가 심한 날엔 호흡기 질환자는 실외 활동을 삼가고 황사의 실내 유입도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 실내에 있을 땐 창문을 닫아 황사가 들어오는 것을 막고, 걸레로 창문틀을 비롯한 집안 구석구석을 깨끗이 닦아 들어온 미세먼지를 제거해야 한다. 공기청정기를 사용, 실내 공기를 정화시키고 가습기로 습도를 높여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만약 외출을 해야 한다면 반드시 마스크를 사용하고 모자, 선글라스, 보안경, 긴소매 의복 등을 착용하는 게 좋다. 외출 후엔 얼굴 및 손 씻기, 양치질을 깨끗이 해야 하고, 따뜻한 물이나 미지근한 소금물, 생리식염수, 구강청정제 등으로 입안과 목을 자주 헹구어 주는 것도 유해물질 제거에 도움이 된다. 물이나 차를 자주 마셔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고 유해물질을 희석할 필요도 있다. 또 채소, 과일 등도 충분히 씻은 뒤 먹는 게 좋다.

천식, 비염 등의 질환에 자주 걸리는 사람의 경우엔 기관지 확장제를 미리 준비해 둘 필요가 있고 콧물, 코막힘 등의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항히스타민제나 혈관수축제을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염증치료제인 크로몰린소디움을 미리 코에 뿌려두면 호흡기질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황사로 호흡기나 심장 질환이 악화됐을 경우엔 우선 기존 질환에 대한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고 합병증 동반 여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좋다.

◆눈·피부도 조심

황사 미세먼지가 눈에 들어가면 각막 등 안구표면 조직에 자극을 줄 수 있는데, 이때 눈이 가렵거나 이물감 등 증상이 있다고 눈을 비벼선 안 된다. 특히 손에 황사 성분이 더 많이 묻어 있을 수 있고 세균 감염 등 2차 질환도 유발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이물감이 심할 경우엔 인공 눈물로 씻어내고, 충혈되거나 가렵고 눈이 부을 땐 얼음을 이용해 냉찜질을 하면 도움이 된다.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거나 시력교정수술을 받은 경우엔 심한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는 만큼 되도록 안경이나 보안경을 착용하는 게 좋다.

또 황사가 심할 경우 자극성 접촉성 피부염, 여드름, 아토피 피부염, 피부 건조증 등이 발생하거나 악화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가려움증, 따가움, 피부 발진을 나타내는 자극성 접촉성 피부염의 경우 노출이 적고 방풍·방진 효과가 좋은 옷을 입는 등 황사 노출을 최소화하는 게 좋다. 또 얼굴 등 피부를 자주 씻어 피부에 묻은 유해물질을 없애주고, 씻기 어려울 땐 스프레이나 미스트 타입의 워터, 화장수 등을 충분히 뿌린 뒤 1분 뒤쯤 티슈로 수분을 흡수시켜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전영준 계명대 동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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