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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판다'는 자매명문(自賣明文)의 가격은?

대구 금요 고서방 경매장 현장

▲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3월 춘궁기에 이르러 살아갈 방도가 없는 황소사(黃召史)가 둘째 딸 진희를 35냥에 김생원댁에 판매한다.'

1887년(고종24년)에 작성된 '자매명문(自賣明文)' (口活明文이라고도 함)의 내용이다. 구활이란 삶을 위해 본인 또는 가족을 내다 판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14일 오후 4시 대구시 중구 '봉산 문화거리' 금요고서방 경매장에서는 이 같은 고문서와 고문헌에 대한 경매가 열렸다. 2004년 11월 경매를 시작한 금요 고서 경매는 매달 한번, 둘째 토요일 오후에 열리며 3월로 53회째를 맞았다. 경매 때마다 전국 각지에서 고서적을 구입하기 위해 평균 40, 50명이 이곳을 찾아온다.

경매의 평균 낙찰률은 70, 80%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경매 참가자들이 구경 삼아 들른 사람들이 아니라 사겠다는 의지를 갖고 전국에서 찾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경매 참가자의 65%는 개인 애호가, 국문학이나 한문학을 전공하는 학자, 문중 대표, 박물관 관계자, 스님들이고 35%는 작품을 사서 되파는 거래업자들이다.

이날 경매에 나온 고서는 180여점, 경매 참가자는 62명이었다. 가장 눈길을 끈 작품은 그림이 있는 '오륜행실도' 초간본이었다. 조선과 중국 사람 중 본보기가 될만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묶은 것으로 국내에 1천질쯤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대부분 박물관 소장품이고 유통 가능한 작품은 수십 건에 불과하다고 한다.

'오륜행실도'는 850만원부터 호가가 시작됐다. 이 가격은 의뢰인과 고서 전문가이자 금요고서경매 박민철 대표가 협의해 정한 최저 가격이다. 6차례 호가를 거쳐 이 작품은 1천265만원(수수료 115만원 포함)에 서울에서 온 한 소장가에게 낙찰됐다. 이날 경매의 낙찰률은 80%가 넘고 전체 거래액수는 약 7천만원이었다. 가장 치열한 접전을 벌인 작품은 고건축 관련 중국고서로 40만원에 출품돼 수십번 호가를 거쳐 715만원에 낙찰됐다.

한편 1천만원 이상 고서는 100만원씩 호가가 오르고, 500만∼1천만원까지 고서는 50만원씩, 300만∼500만원 사이 고서는 20만원씩, 100만∼300만원 사이 고서는 10만원씩, 100만원 이하 고서는 5만원씩 호가가 오른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출품자와 낙찰자는 10%의 수수료를 지불한다. 그러나 인터넷 경매의 경우 사는 사람은 무료다. 현재 금요고서방에 위탁 판매를 의뢰해놓은 작품은 8천여점. 금요 고서방 인터넷 쇼핑몰 회원은 1천300여명으로 온라인을 통해 하루 20여건이 거래된다고 한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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