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업 쑥쑥" 한국어능력시험 도전 상반기만 9만6천명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나 복지관 등에 마련된 한국어 교실에는 외국인 근로자나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글 삼매경에 빠져 있다. 대학에서도 국내 체류 외국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칠 교사 양성 과정이 인기다. 동남아시아, 중국 등에서도 한국어 강사의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한국으로 입국하려는 근로자, 결혼이주여성들이 적극적으로 한국어를 배우려 하기 때문이다.

◆외국인들, 너도나도 한글 배우기

지난 2005년 가을 한국에 온 탕추이홍(41·여)씨는 요즘 한국어 배우기에 흠뻑 빠져 있다. 지난 3일부터 일주일에 두 번 열리는 동구청의 한글 교실에 참가해 고급반 수업을 받는데, 그 열성이 놀라울 정도다. 탕씨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땐 인사말밖에 몰랐는데, 이제는 한글로 된 책도 술술 읽을 수 있다"고 했다. 미용사가 되고 싶다는 탕씨는 지난 1월 미용사 자격 1차 필기시험을 통과했다. 탕씨는 "한글은 중국어와 어순이 달라 어렵지만 배울수록 재미있다. 앞으로 더 배워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중국 선수들의 통역을 맡고 싶다"고 했다.

13일 오후 3시 경북대학교 어학교육원의 한 강의실. 유학생들이 대학 강의를 듣기 전 한국말을 배우는 늘 북적이는 곳이다. 유학생이 1천141명이나 될 정도로 매년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 나조카트(27·여)씨는 "2년여 동안 한국에 있다 보니 일상생활에는 큰 불편함이 없게 됐지만 말이 서툴러 생각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며 "서울말은 알아듣기 쉬운데 경상도 말은 너무 빨라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다"고 했다.

길거리나 식당, 공장 등 일상에서 한국말을 사용하는 외국인을 마주치는 건 이제 흔한 일이 됐다.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온 낙추후안(22)씨는 "베트남에서 한국어 기초과정을 배워 조금은 서툴지만 직장 상사가 하는 말을 알아듣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며 "시간이 날 때마다 교재를 펴놓고 한글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한글만 알아도 취업 '쑥쑥'

영진전문대학과 동구청 다문화한글교실에서 외국인 유학생들과 결혼 이주여성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안미진(35·여)씨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한국어를 가르쳐달라는 강의 요구가 많아지면서다.

안씨가 한국어 교사로 나서게 된 것은 지난 2000년 중국 유학을 갔다 현지 국내 은행에 근무하는 중국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면서부터다. 그런데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가끔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았다.

안씨는 2006년 귀국 비행기를 탔다. 한국어를 제대로 배워 가르치자는 생각에서다. 지역 한 대학에서 마련한 한국어 교원과정에 입학해 공부한 안씨는 "한류 열풍으로 당시 중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쳐달라는 요구가 많았다"며 "한글교육을 통해 세계에 한국을 알릴 수 있고, 국내에서 한글을 배운 유학생들이 고국에 돌아가면 한국을 선전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외국인뿐만이 아니다. 내국인들도 한국어 배우기에 나서고 있다. 한국어 교사 자격증만 있으면 일자리가 많은데다 해외 일자리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구청 다문화담당자는 "한국어 교원자격증을 취득하면 다문화가정 한글교실 강사로 활동할 수 있는데 이들은 보통 시간당 2만∼3만원을 받는다"며 "다문화가정을 방문해 한글을 가르치는 한국어 지도사들의 경우 일주일 두세번의 가정 방문 수업으로 한 달 80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했다.

또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서 한국으로 일하러 오려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글을 가르칠 한국인 교사 수요도 많아 한국어 자격증으로 해외 취업을 노리는 이도 많아지고 있다.

◆높아지는 한글 위상

한글을 전문적으로 배우려는 과정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2005년부터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원 양성과정을 개설한 영남대 국어생활상담연구센터에는 매년 100여명이 지원해 2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과정을 수료하면 한국어교원 3급 시험자격을 얻는데 다문화가정 지원센터 등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다. 여름과 겨울방학에만 수업을 한다.

이 센터 김영숙 간사는 "베트남이나 필리핀으로 선교를 나갔던 목사·현지 교사들부터 외국인이나 한글을 모르는 이웃들에게 글을 가르치기 위한 노인층까지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가 공부하고 있다"며 "갈수록 한글 배우기 열기가 뜨겁다"고 했다.

경북대 한국어문화원에도 한국어 교사 자격증을 따려는 내국인들이 많다. 2005년 초 개강 당시 30명 내외의 정원을 겨우 채우는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경쟁률이 3대 1까지 치솟았다.

계명대는 학부과정에 한 학년 정원 40명인 한국문화정보학과를 개설했다. 전문적인 한국어 교사를 양성하는 코스로 2007년부터는 대학원 과정에도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학과를 신설했다. 대구대도 지난해 3월부터 국제학부에 정원 20명의 '한국어 한국학' 전공을 신설해 본격적인 한국어 교사를 양성하고 있으며, 대구가톨릭대는 2007년부터 어학교육센터 한국어학당 '한국어교원 양성과정'을 통해 한국어 교원을 배출하고 있다.

경북대 한국어문화원 송지혜(35·여)씨는 "읽고 쓸 줄 알면 된다고 여겼던 한글을 이제는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 높아진 한글의 위상을 실감케 된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