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20은 1977년부터 배치되기 시작한 구소련의 주력 전략무기였다. 2단 로켓에 사거리가 약 5천㎞인 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핵탄두 3개를 장착한 가공할 무기였다. 당시 소련 공산당 브레즈네프 서기장은 이를 유럽에 전진배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는 소비에트의 붕괴를 재촉하는 악몽의 시발이었다.
미국과 NATO도 퍼싱2 미사일 유럽 배치를 선언하고 즉각 맞대응에 들어갔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소련이 발버둥쳤지만 허사였다. 1983년 레이건 대통령이 'SDI'(전략방어계획)마저 발표하자 소련 지도부는 거의 공황상태에 빠졌다. 파탄 직전의 소련 경제력으로는 전략무기 경쟁에서 상대가 되지 않고 기존 전력도 지탱할 수 없는 처지였다. 로버트 게이츠 전 CIA 국장은 "SS-20 배치는 브레즈네프의 치명적인 실수"라고 저서 '음지에서'(From the Shadow)에서 꼬집었다.
군비경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가장 결정적 요인은 기술력이 아니라 경제력이라고 한다. 80년대 초 서방국가들은 경제 회복기에 접어들었지만 소련 경제 상황은 갈수록 악화됐다. 1976년부터 급감하기 시작한 경제성장률은 1981~85년에 3.7%로 떨어졌다. 10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이었다. 실제로는 훨씬 더 낮았지만 소련 당국은 이를 숨겼다. GNP 20% 이상을 계속 군비에 썼으니 경제가 온전할 리 없다. 이는 사회혼란과 공산당 조직의 와해로 이어졌고 결국 소비에트 연방을 갈가리 찢어놓았다. 경제가 소련의 운명을 정한 것이다.
1998년 8월 북한이 대포동 1호를 발사했다. 미국은 즉각 미사일 요격시스템인 MD체제 구축에 나섰다. '고난의 행군'으로 위기를 겨우 넘기고도 정신 못 차린 북한 지도부는 2006년 대포동 2호와 중장거리 미사일 7발을 한꺼번에 쏴 6천만 달러 넘게 허비했다. 이도 모자라 이제는 통신위성을 실은 로켓을 쏘겠다고 안달이다. 개량형 대포동 2호와 다를 바 없는 이를 개발하는 데 최소 3천만 달러에서 최고 수억 달러의 돈을 쏟아 부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올해만도 100만t의 식량이 모자라는 판국에 우주 개발 명목으로 수천억 원을 들여 허세 부리고 있는 것이다. 통신위성이든 아니든 간에 안타까운 것은 북한의 현실이다. 선군정치를 내세우고 강성대국을 부르짖을수록 구소련이 밟았던 몰락의 길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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