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봄과 함께 찾아온 '풋풋한 작가들'

창의력 가득한 졸업생 등 42명 참가

최근 미술계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를 꼽으라면 젊은 작가들의 왕성한 활동이다. 세계 미술시장이 커지고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도 확대되면서 그만큼 수요층이 늘었기 때문. 지난 '아트대구 2009'에서도 유망작가 발굴 프로젝트와 영아티스트쇼라는 이름 아래 무려 8개 부스를 할애해 신예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였고, 예상을 뛰어넘는 좋은 반응을 가져왔다. 다른 어느 도시보다 미술 관련학과와 갤러리가 많은 대구라는 특성상 이 같은 젊은 열기는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봄과 함께 찾아온 '풋풋한 작가'들을 만나본다.

◆리틀 블루칩스(17~27일,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멀티아트홀)

상상력의 빈곤을 느끼거나 사는 게 심심한 사람은 꼭 가봐야 할 전시회. 신미화랑의 조미경 큐레이터는 "아직 미흡하지만 대담하고 도전적이며, 다채로우면서도 집중력·인내력·창의력으로 가득한 졸업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새로운 시작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불황에 따른 미술시장 침체라는 세간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참여 작가 42명의 작품에는 역동성이 넘쳐난다.

이국현은 살짝 번진 립스틱에 짙은 잠자리 선글라스를 낀 여인을 즐겨 그린다. 그림을 마주하며 시선둘 곳을 몰라 선글라스와 눈을 맞추는 당황스런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글리 아티스트'를 그린 이창환은 "울타리 밖을 벗어난 돼지는 갈 곳이 없고, 우물가 말(馬)이 물을 마시는 것은 말 마음"이라며 표현의 한계를 토로했다. '킬링 타임'(Killing Time)을 내놓은 김수진은 "무심코 지나쳤던 사물에서 다른 모습을 발견할 때 유쾌함을 느낀다"고 했고, '담배 주으러 헤엄쳐가는 눈끔적이'를 그린 석영수는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농담 따먹기를 하는 그림"이라고 했다. '사진은 시간의 단편을 베어내는 작업'이라고 했던가. "과일의 가장 맛있어 보이는 순간을 캔버스에 재현했다"는 윤은정은 거친 듯 섬세한 묘사를 통해 먹다 남긴 과일에도 침이 고일 만큼 생명력을 부여했다. 이대우는 사진에 공간감을 입히는 그림을 시도했으며, 임수진의 섬세한 손 그림에는 세월이 자글자글하다. 신미화랑 기획, 수성아트피아 후원. 053)424-1442

◆권효민 서양화전(18~23일, 대백프라자갤러리)

대구와 서울 인사동 윤갤러리에서 동시에 첫 개인전을 갖는다. 현란하지만 패턴을 갖춘 색의 조화를 표현하는 권효민의 작품에서는 20세기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앤디 워홀의 영향이 다분히 담겨있다. 색이 넘쳐나지만 '언어의 잔치'처럼 시끄럽거나 재잘거리지 않는다.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도시의 공간을 물과 유리컵, 유리알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한차례 걸러낸 듯 하다. 자칫 도시의 소음 속에 묻혀버릴 뻔 했던 경쾌한 스윙재즈 선율을 작가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알싸하게 담아냈다. 색채들이 자유로이 왜곡, 분산, 반사되는 모습은 즉흥연주라는 재즈 정신을 고스란히 살려낸 듯 하다. 지난해 대학 졸업과 동시에 예비 스타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053)420-8013

◆스페이스가창 기획전(17~25일, 스페이스가창)

지난해 '도시디자인 프로젝트'를 함께한 작가들 중에서 각 분야별로 전시 중에 관객 반응이나 자체 투표를 통해 점수를 합산한 뒤 가장 호응이 컸던 6명의 작품을 기획했다. 이태현 대구현대미술가협회장은 "그림을 전공한 사람도 있고 전혀 다른 분야를 공부한 사람도 있다"며 "아직 작가로 데뷔하지 않았지만 함께 호흡할 가능성이 있는지 시도하는 중"이라고 했다. 장르는 사진, 회화, 설치 작품 등 다양하다. 엠마 레곤(Emma Legon·35)은 "사진 컬렉션을 통해 두 여성의 에로틱하면서 사랑이 담긴 친근함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고, 섬유 예술가인 케이트 햄펠(Kate Hampel·25)은 "스스로 진실이라고 믿고 싶었던 것들을 초현실적이고 터무니없이 과장되지만 충실한 잣대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내·외국인이 함께하는 전시회 제목은 'Eternal Reflections', 즉 '영원한 반영'이다. 053)422-1293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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