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경제를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게 했다. 세계경제와 국가 및 지역경제가 고도로 연동화되어 있기 때문에 전세계가 경제침체를 겪고 있다. 미국의 루빈 전 재무장관이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하여 언급했듯이 이러한 경제위기 상황이 여러 부문에서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출현할지는 아무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의 경제위기는 경제'복병'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경제복병이 언제쯤 사라질 것인지, 미국과 세계경제가 회복될 것인지를 전망하는 일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번의 경제위기를 세계경제가 50~60년을 주기로 순환한다는 콘드라티예프사이클 같은 장기순환 측면에서 보면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콘드라티예프사이클 이론은 산업혁명 이후 5번의 세계경제 사이클을 제시한다. 그 사이클은 세계경제의 상승기와 하강기로 구성된다. 그 중에서 세계경제의 상승기는 자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제1기 상승기(1780∼1810년대), 제2기 상승기(1840∼70년대), 제3기 상승기(1890∼1920년대), 제4기 상승기(1940∼70년대), 제5기 상승기(1990∼2020년대)로 구분된다. 이렇게 보면 이번의 경제위기는 2020년을 향해가는 세계경제의 장기적 상승(upswing) 과정에서 나타난 경제복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세계경제는 구조적으로 두 가지의 힘이 서로 부닥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나의 힘은 세계경제의 장기순환 사이클 속에서 세계경제가 본래대로 상승하려는 '장기적 힘'이다. 다른 힘은 지금의 경제위기로 인해 단기간 세계경제가 침체로 빠져들게 하는 '단기적 힘'이다. 지금 주요 국가는 2조5천억달러에 이르는 재정투자 등을 통해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공조를 통해 세계경제가 침체로 빠져들게 하는 '단기적 힘'과의 대전쟁을 치르고 있다. 국가 간 대공조와 연합전선이 효과를 거두면 경제위기와의 전쟁은 조만간 끝이 나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2010년 상반기부터는 세계경제가 본래의 '상승궤도'로 재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부터 또 하나의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국가 간 기회몰이 전쟁이다. 경제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엄청난 새로운 기회를 뿜어낼 것이다. 그 기회를 몰아오기 위해 국가 간 물밑 경쟁이 벌써 치열하다. 물밑 경쟁의 결과에 따라 국가위상이 크게 달라지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지금의 경제위기에 전략적으로 대응하자면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한 가지는 경제위기를 조기에 극복하는 전략이며, 다른 한 가지는 경제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정상대로 상승하는 시기에 새롭게 생겨날 기회를 한국으로 몰아오기 위한 전략이다. 한국의 목표는 분명하다. 작금의 경제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하는 최선두 국가로 부각되어야 하고, 동시에 미래 기회몰이를 전략적으로 체계적으로 실현하는 선도국가로 올라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국가전략과 국민적 단합 및 공조가 필수적이다. 중앙정부, 국회, 지자체, 기업과 지역 주민을 포함하는 국민적 힘을 크게 모아 범국민적 대공조를 구현해 나가야 한다.
특히 경제위기 이후의 세계경제는 이른바 아이벡 산업 즉, IT(정보통신) BT(바이오) ET(에너지) CT(문화산업)에 의해 움직일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기술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녹색성장기술과 녹색산업이 대세를 이끌어가게 될 것이다. 전국토가 아이벡 산업밸리가 되어야 한다. 그 속에서 대구와 경북 전체가 미래의 새로운 거점이 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대구와 경북이 다방면에서 전략적 공조와 새로운 전략을 신속히 펼쳐나가야 한다.
박양호(국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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