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16일 4·29 재보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함에 따라 선거 의미가 달라지는 분위기다. 박 대표가 울산에 출마할 경우 정동영 전 장관과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 등 거물급 정치인들의 대거 출마로 이어지면서 재보선이 'MB정부 중간평가' 성격으로 굳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박 대표의 불출마로 4개 지역구의 '지역 선거'로 급반전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전 국민이 경제살리기에 심혈을 바쳐야 할 때이며 저 역시 계속해서 경제살리기에 올인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지난주 휴가 때 집사람과 경상북도 북부 지역을 여행하다 예천의 삼강주막이란 곳에서 낙동강을 내려다보며 '저렇게 유유히 살자'라고 결심했다"며 "며칠 전 불출마를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이날 예정됐던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정례회동을 연기하고 불출마를 선언해 '청와대와 사전 교감에 따른 것 아니냐'란 시각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란 풀이다.
박 대표의 불출마로 여권은 재보선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박 대표가 출마를 결심했을 경우 여권으로서는 총력을 다해 '올인'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자칫 박 대표가 생환하지 못할 경우에 불어닥칠 '후폭풍'이 만만찮아 부담을 느꼈던 게 사실이다. 결국 박 대표의 불출마 선언은 이 같은 여권의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한 해법인 셈이다.
당선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박 대표가 출마를 포기한 원인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울산의 경우 야성이 강해 민노당과 진보정당 후보가 단일화될 경우 당선을 장담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제기됐었다. 그래서 박 대표측으로서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기보다 10월 재보선을 기약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것이다.
박 대표의 출마 여부가 확인되자 한나라당은 공천작업을 서두르기로 했다. 안경률 사무총장은 "내주 중 (공천자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대표의 불출마가 경주에 공천 신청한 정종복 전 의원에게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 친이 인사인 박 대표와 정 전 의원이 동반 공천을 받을 경우 친박계로부터 '친이가 다해먹는다'란 반발이 나올 수 있었다는 얘기다. 때문에 경주 공천은 정 전 의원 쪽으로 기울고 있고, 다만 그가 여론조사 가상 대결에서 다른 후보를 따돌릴 수 있느냐 여부의 변수만 남았다는 관측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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