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남교의 일본어 源流 산책] '혼네' '다테마에'

일본에 근무할 때 나는 언제부턴가 한국과 일본의 국민성을 비교하는 버릇이 생겼고, '왜 그럴까?' 하는 의문도 늘 머리 한 구석에 있었다. 예를 들어, 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여행을 한다고 하자. 한국인들이라면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수원도 채 가기 전에 소주에 오징어 다리를 권하면서, 옆에 앉은 사람과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디까지 가슈"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20분도 지나기 전에 이 사람은 어디에 사는 누구고, 직업은 무엇이며, 가족은 어떻고, 하는 등의 신상 명세를 훤히 알고, 헤어질 때쯤 되면 10년이나 사귄 것처럼 친해진다.

그런데, 반대로 일본의 기차여행은 그야말로 고독과 사색과 독서의 '나 홀로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보다 피곤하면 자고, 배고프면 '에키벤'(역 도시락)에 '완코푸'(원컵·정종 한 잔)하고, 그렇게 말없이 몇 시간의 여행을 혼자서 조용하게 보내는 게 일반이다. 어째서 이렇게 다른가?

일본말에는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혼네'(本音)는 '본심, 본 마음'을 가르키는 말이지만, '다테마에'는 뭘까? 우리말로 해석하면 꼭 이것이라고 꼬집어 대비할 말은 없지만, 억지로 번역한다면 '겉마음'이랄까? '형식적인 예의'라고나 할까?

어쨌든 한국에서는 이런 말을 생각조차 해 본 일이 없어서 이를 적절히 구사하는 일본어에는 그저 당황할 뿐이다. 그러나, 나는 때때로 이 '다테마에'가 아주 좋은 것이기도 함을 느낀다. 설령, 기분이 좀 나쁘더라도 상대방에게 기분 나쁜 표정을 안하고, 친절하게 애교를 띠면서 응대하는 백화점의 점원들을 볼 때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더불어 사는 세상, 자기 기분대로만 살 수는 없는 게 아닌가? 어쩌면 남을 배려하는 이 '다테마에'야 말로 현대인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신사의 덕목'일지도 모르겠다. 남에게 약점을 잡히는 것을 싫어하는 일본인의 기질이 만들어 낸 지혜롭고 멋진 말, 그것이 '다테마에'(建前)다.

그리고 '즐겁다'라는 말은 일본어로 '다노시이'(樂しい)라고 하는데, 이 말은 한국의 '단오'가 어원이다. 단오는 음력 5월5일로, 시골 여인들에게 있어서는 1년중 가장 큰 즐거운 날이었는데, 이날은 창포물로 머리감고 댕기땋고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가까운 산에 가서 천렵을 하며 먹고 마시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는데, 지금은 농촌에서도 이런 풍습을 좀체로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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