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게 진 싱가포르 초딩들 '까르르~'

17일 오후 3시쯤 대구시 동구 구암팜스테이 디딜방아 체험장. '쿵덕 쿵덕' 디딜방아가 오르내릴 때마다 방아 주위를 에워싼 70여명의 아이들은 무릎을 굽히며 방아찧는 시늉을 했다. 난생 처음 보는 방아찧는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한 아이들은 싱가포르 CEDAR(삼나무) 초등학교 수학여행단.

검은 피부색, 푸른 눈과 노란 머리까지… 얼굴은 다양했으나 아이들은 한국의 자연과 어우러져 금세 하나가 됐다.

체험장을 옮겨 갈 때마다 학생들은 풍경 하나라도 놓칠세라 연방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렸다. 'what, how'를 연발하며 통역사에게 끊임없는 질문 공세도 퍼부었다. 예루시아(9)는 "대구에서 난생 처음 논과 밭을 봤다"며 "평소 두부를 잘 먹지 않는데 정성들여 두부 만드는 모습을 보고 '두부를 많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수풍뎅이 애벌레 사육장에서는 아이들은 꿈틀대는 애벌레가 징그러운 듯 처음엔 손 뻗기를 주저했으나 곧 유충을 툭툭 건드려 보며 즐거워 했다. 가장 인기를 끈 체험은 덜커덩거리며 논두렁을 달리는 트랙터 타기. 아이들은 트랙터 앞에서 길게 줄을 선 채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아이들은 오전 일찍부터 오후 늦게까지 두류정수장, 동성로, 방짜유기 박물관 등을 돌아보는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방짜유기 박물관이 가장 흥미로웠다는 자메이(10)는 "한국인들이 전통 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지켜나가는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이 학교 샤론(42·여) 교장은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싱가포르와 달리 대구 주변의 자연환경에 감탄했다"며 "아이들의 정서 함양에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18일 안동 하회마을, 영주 선비촌 등을 둘러본 뒤 이틀간 서울에 머물다 21일 돌아간다.

이들의 대구 방문은 대구시가 외국인 의료관광 마케팅에 이어 틈새시장 공략 전략으로 외국 청소년의 수학여행을 적극 추진하면서 이뤄졌다. 외국 학생에게 대구와 인연을 맺게 한 뒤 '미래 관광객'으로 만들자는 의도에서다. 이달 19, 20일에는 태국 대학생 100여명이 한국 복지제도 및 실태를 둘러보기 위해 대구를 찾고 7월 초에는 대만 초교생 수학여행단이 찾을 예정이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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