禪佛敎(선불교)의 泰斗(태두)인 馬祖(마조) 道一(도일) 선사와 스승인 南岳(남악) 懷讓(회양) 선사의 일화다. 마조가 한 사찰에서 수행을 하고 있을 때 남악을 만났다. 남악은 한눈에 마조가 큰 재목인 것을 알아보고 이렇게 물었다. "그대는 무엇 때문에 좌선을 하는가." 마조가 답하길 "부처가 되기 위해서요". 그러자 남악은 옆에 있는 기왓장을 집어 열심히 갈았다.
이를 본 마조가 왜 기왓장을 가느냐고 묻자 남악은 거울을 만든다고 했다. 마조가 기왓장을 간다고 거울이 되겠냐고 하자, 남악은 기다렸다는 듯이 "기왓장을 갈아 거울을 만들 수 없듯이 좌선으로도 부처가 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남악은 "소가 수레를 끌고 가는데 만약 수레가 나아가지 않는다면 수레를 다그쳐야 하나, 아니면 소를 다그쳐야 하나"라고 물었다. 남악과의 일련의 문답 끝에 마조는 깨달음을 얻어 용맹 정진으로 찬란한 실천 선불교 시대를 열었다.
다소 엉뚱하긴 하지만 소와 수레의 자리에 사람과 제도(혹은 시스템)를 넣어보자. 정작 나아가게 해야할 것은 소인데 자꾸 수레만 다그치지는 않는지 말이다. 어떤 문제든 허점이 있는 것은 시스템이나 제도보다는 사람 탓이 더 크다. 강호순이 문제지 사회 제도의 문제는 아니다. 수십억 원을 떼먹는 담당 공무원이 문제지 복지 제도가 잘못된 것은 더욱 아니다.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이를 운용하는 사람이 삿된 생각을 한다면 잘될 리 없다.
한동안 시끄러웠던 고려대의 고교 등급제 의혹만 해도 그렇다. 지난해 입시전형을 발표했을 때는 괜찮았다. 그러나 합격자 발표가 나자 곧바로 이런저런 의혹이 불거졌다. 수레는 괜찮은데 수레를 끄는 소가 다른 곳으로 갔거나, 바르게 가지 않고 삐뚤삐뚤하게 간 탓이다. 결국, 이 길의 잘잘못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2009학년도 고려대 수시 2-2 일반전형에서 탈락한 18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집단 소송을 낸 것이다. 추가로 소송 의사를 밝힌 인원도 73명이나 된다.
수레에 잘못이 있다면 조금 고치기만 하면 된다. 설사 수레가 다소 덜그럭거려도 아예 부서져 제 구실을 못하지 않는 한, 소가 제 갈 길을 잘 가면 수레의 약점은 가려진다. 그러나 소가 잘못되면 소도 수레도 다 잃는다. 수레 이전에 소를 다그쳐야 하는 이유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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