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녹색성장과 과학기술

고갈 임박 화석연료 대체 재생 에너지 개발이 핵심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가 저탄소 녹색성장이다. 물론 저탄소 경제와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녹색성장이 구호성으로 철학 없이 포장해 짜 맞추는 식으로 추진된다면, 결과적으로 국력 낭비가 될 수밖에 없다. 녹색성장은 대한민국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삶의 방식과 사회경제 구조를 바꾸는 국가 장기전략으로 추진돼야 한다.

45억년 전 지구가 생겨난 이래,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태양 에너지를 이용한 지구의 탄소순환 시스템에 의해 생명을 유지해 왔다. 즉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의 CO₂를 분해시켜 산소와 탄소 유기체를 만들고, 이 탄소 유기체를 생물이 흡수 산화시켜 에너지를 이용하고 CO₂는 다시 공기 중에 돌려 보내는 순환 시스템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흡수 배출되는 CO₂가 균형을 이루며 지구 생태계가 유지되어왔다.

그러나 약 5만 년 전 나타난 우리 인류는 만 년 전 빙하기가 끝나자 농경을 바탕으로 문명을 만들고 또 불을 사용하며 지구 생태계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2백여 년 전부터는 산업혁명을 통해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진입하며 지구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하였다. 특히 최근 100년간은 과학기술에 의해 문명이 폭발하며 우리 인류의 삶과 지구 생태계는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과학기술 문명에 의해 대부분의 인류가 잘 살게 된 것이고, 또 그 결과 지구 생태계 전체가 심각한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우리 인류는 오랫동안 어렵게 살아왔다. 우리가 동굴에서 나와 산업혁명을 일으키기 전까지 우리 인류의 1인당 평균 소득은 100달러 이하라 추정된다. 그러나 현재 인류의 1인당 평균소득은 약 6천달러 수준으로, 아마 지금 중산층이 옛날 왕보다 더 잘 살 것이다. 그리고 이런 풍요한 삶과 경제 성장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이에 따른 엄청난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지탱되어 왔다. 현재 인류가 하루에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은 약 4천억kW.h이고 이중 70% 이상이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 연료이다. 특히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커서 전체 에너지 소비의 30%에 달한다.

사실 화석 연료는 수 억 년 동안 우리 지구가 태양 에너지를 탄소 유기체의 형태로 축적한 것이다. 이렇게 저금한 에너지를 지금 인류가 최근 100년 동안 대책 없이 마구 퍼쓰고 있다. 만약 지구의 역사를 1년으로 비유한다면, 지구가 1년 내내 모은 에너지를 현 인류가 0.1초에 다 써버리고 있는 셈이다. 지구가 탈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는 이렇게 갑자기 태운 화석 연료는 그대로 대기 중 CO₂농도를 증가시켜 지구의 기후와 환경을 변화시킨다는 것이고, 둘째는 우리 문명을 지탱해 왔던 화석 연료가 금세기 말까지 바닥이 난다는 것이다. 현재 채굴 가능한 석유 매장량은 1천억 톤 정도로 추정되며 현 추세로 약 30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더구나 지금처럼 싼 가격에 화석 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시대는 곧 끝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벌어질 일은 명확하다. 모든 국가는 기본적으로 자기가 배출한 탄산가스는 자기가 흡수하여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탄소배출권을 사도록 강요당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10위의 에너지 소비국이면서도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구조적으로 눈앞에 다가온 저탄소 체제와 에너지 문제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에게 녹색성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그러나 녹색성장은 그 특성상 경제 정책이 아니라 과학기술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먼저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이 개발돼야 하며, 사회경제 구조도 이에 맞추어 바꿔져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화석 연료를 대신할 재생 에너지 개발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태양 에너지 활용 기술이다.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하루에 받는 에너지의 양은 약 4천조kW.h에 달하며 그중 1/10000만 제대로 활용해도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이와 병행해서 안전한 원자력 기술,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핵융합 에너지 개발도 필요하다. 이러한 기술 개발 없이는 저탄소 경제와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녹색성장은 우리의 생존과 미래를 위한 투자이다. 장기 전략과 계획을 가지고 또 과학기술이 중심이 되어 추진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백홍열(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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