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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제자유구역의 '꿈' 대구도 가꿔보자

▲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 조감도.
▲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 조감도.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이 거대한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DGFEZ)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IFEZ는 지정 만 6년, DGFEZ는 6개월.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벤치마킹은 가능하다.

IFEZ 3개 지구(송도·청라·영종)는 365일 공사판이다. 전국에 있는 크레인과 덤프트럭이 대다수 그 곳에 모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도에는 벌써 65층 동북아무역센터(NEAT)가 위용을 드러내고 있고, 151층 인천타워 사업도 시작됐다. 송도와 영종을 잇는 12.34㎞의 인천대교는 마지막 상판을 얹고 올 하반기 개통을 기다리고 있다.

DGFEZ 성공을 위해 IFEZ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지난 16, 17일 이틀간 송도를 중심으로 한 3개 지구를 밀착 취재해 DGFEZ가 앞으로 순항하기 위한 힌트를 찾아봤다. 물론 정답은 아닐 것이다. 분명한 건 실패의 두려움을 떨치고 역동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DGFEZ의 주축인 대구시·경북도와 각계각층 인사들이 '끝까지 잘 해낸다'는 마음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DGFEZ

인천은 한국의 두바이를 꿈꿨다. IFEZ는 인천국제공항이라는 든든한 뒷배경을 갖고 면적 209.8㎢(서울 여의도(8.48㎢)의 약 25배)에 인구 51만2천명을 가진 최첨단 신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것. IFEZ에서만 연간 생산유발효과 312조원, 고용유발효과 484만명이라는 성장동력을 토대로 인천은 2020년 인구 350만명(현 275만명), 1인당 GRDP 4만달러(현 1만9천달러)라는 세계적 도시로 발돋움하려 하고 있다. 그 꿈은 30~40% 달성해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송도는 '당신이 꿈꾸던 첨단도시', 청라는 '국제 금융도시', 영종은 '물류와 레저도시'를 꿈꾸며 하나하나 현실로 이뤄가고 있는 것. 송도와 영종을 잇는다는 생각은 사업비 2조5천억원이 드는 거대 공사로 이미 완공단계다. 송도의 랜드마크가 될 151층 인천타워는 Portman 컨소시엄(Portman holdings, 삼성물산·현대건설 등)이 사업자로 선정돼 오는 2018년까지 무려 23조8천억원(170억달러·환율 1천400원 기준)의 사업비를 들여 완성할 계획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내년이면 전설적인 골퍼, 잭 니클라우스가 직접 설계한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가 개장된다. 영종에는 이미 72홀 '스카이72 골프장'의 손님맞이가 한창이다. 각 지구 곳곳에 조성될 선진국형 친환경 공원도 IFEZ의 주거환경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도시공원 프로젝트로 건설중이다.

국내 최초 외국교육기관인 송도국제학교도 오는 9월 개교를 목표로 마무리 건축이 한창이다. 이 학교는 유치원부터 초·중·고 과정이 모두 운영되며, 최첨단시설을 갖추고 미국 보스턴 밀턴아카데미의 커리큘럼을 도입해 내·외국인 자녀들을 유치할 계획이다.

송도지구에는 '밀라노 패션스쿨' '구겐하임 동북아 박물관' 등도 추진 중에 있다. 청라지구에는 태권V를 마스코트로 한 '로봇랜드'가 들어선다. IFEZ가 성공적으로 추진중인 이 모든 것이 지역 특유의 사투리인 '치아뿌라' 아니면 '택도 없다'라고 생각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제 대구도 꿈꿔야 한다. DGFEZ 홍보관이 없고, 투자유치단에 외국인 1명조차 없는 지금의 모습은 너무 초라하다. 지역 경제가 어렵다고 낙담해선 안 될 일이다.

100층짜리 DGFEZ 상징탑도 공모하고, 100m 상공에 떠있는 상상을 초월한 의료호텔도 좋다. 아니면 영국의 옥스퍼드·캠브리지대, 미국의 하버드·예일대 등 세계적인 대학의 분교가 있는 아시아 초특급 교육특구도 좋다.

안상수 인천시장은 "백화점식은 곤란하며 대구권을 중심으로 설득력 있는 파일럿(Pilot) 프로젝트가 있어야 한다"며 "미래를 향해 열려 있고 무한한 성장을 꿈꾸는 상상력을 가져달라"고 조언했다.

대구가 고향인 이헌석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도 "대구가 잘되길 바란다"고 한 뒤, "틈새시장을 찾아야 한다. 다른데 다 하는 걸로는 결코 경쟁이 안 된다. 대구경북 고유의 경쟁력을 찾아라"고 지적했다.

◆DGFEZ, 시너지 효과 창출해야

IFEZ는 매립지이기 때문에 토지보상, 매입 등에 어려움이 없었고, 첫 경제자유구역 사례이기 때문에 국가적 관심과 지원 속에 큰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하지만 DGFEZ의 현실은 어렵다. 당장 대구 수성의료지구만 해도 높은 토지보상가로 난관에 봉착하고 있으며, 경산학원연구지구 역시 토지수용이 원활하지 못하다. 첫 삽을 뜨는 것도 '세월아 네월아' 할 판.

특히 DGFEZ는 전체 11개 지구인데 반해 인천 3개 지구 면적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38.5㎢. 향후 어느 정도 인구가 정주할지에 대한 예측도 아직 못하고 있다. 구미 IT, 포항 융합기술, 영천 첨단부품, 대구 인근 의료·패션·교육 등 그야말로 '짬뽕식, 잡탕밥' 경제자유구역이다. 이래선 큰 그림을 그리기 어렵고, 완성된다 한들 상징성을 갖고 내세울 게 없다.

DGFEZ를 입법화한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지역민들의 협조가 절대적인데 누구하나 희생하려는 사람도 없고, 정부 및 지자체 예산도 부족한 형편이라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박인철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은 "이제 시작 단계지만 대구시장을 비롯해 지역 대학 총장, 병원장, 기업인들이 적극 나서 투자유치 성과를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DGFEZ는 장기적으로 보면 분명 희망적이다. 인천국제공항처럼 오는 2015년쯤 영남권 신공항이 최적지인 밀양에 들어서면 지식기반 제조업은 항공화물기로 전세계에 실어나를 수 있게 된다. 전 세계인들이 손쉽게 DGFEZ를 드나들 수 있는 것. 이 때문에 DGFEZ는 이제부터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기반을 착실히 닦아나가야 한다. 그때쯤 세계경제도 회복될 것이다.

부산·진해, 광양도 인천을 모델로 삼아 대구경북처럼 경제자유구역 만들기를 진행 중이다. 대구경북이 적어도 5년 뒤 인천의 눈부신 팽창처럼 결과물을 보기 위해서는 DGFEZ 내 각 분야, 주체들이 먼저 시너지 효과가 창출되도록 발로 뛰는 것이 시급하다.

인천 송도에서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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