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결사 저지" "합법 추진" 팽팽…갓바위 케이블카 운명은?

▲ 갓바위 케이블카 조감도
▲ 갓바위 케이블카 조감도
▲ 이응재 갓바위 케이블카 유치추진위원장
▲ 이응재 갓바위 케이블카 유치추진위원장
▲ 구태우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 구태우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갓바위 케이블카(로프웨이, 삭도),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맞을까?'

요즘 대구·경북에서 '개발과 환경보존'이란 논리가 극명하게 갈리는 화두의 하나가 갓바위 케이블카다.

갓바위 케이블카 유치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위원장 이응재)는 2011년 운영을 목표로 설치사업을 추진 중이고, 불교계와 환경단체는 '결사 저지'로 맞설 태세다.

갓바위 케이블카 설치는 행정절차만 제대로 밟는다면 법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 문화재청, 대구시의 인·허가 절차는 현상변경, 공원계획 변경, 공원사업 시행 등이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볼 문제는 아니다. 갓바위로 대표되는 불교유산이 특정 개인이나 기관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팔공산에는 관봉석조여래좌상(갓바위 부처·보물 431호)을 비롯한 불교유산뿐 아니라 역사문화유적, 빼어난 자연경관이 수두룩하다. 갓바위에 연간 1천만명 이상이 찾는 것을 비롯해 팔공산 곳곳에 연중 등산객들로 북적댄다.

특히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 줄 것'이라는 갓바위 부처님에 대한 속세의 기대는 중생의 불심 이상으로 상당수 시민들에게 내재해 있다. 시민 모두의 자산인 갓바위로 오르는 길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데 대해 다수 시민들의 뜻은 무엇일까. 추진위가 상반기 인허가 절차를 밟을 예정인 가운데 공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떻게 돼 가나

추진위가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곳은 대구시 동구 진인동 집단시설지구~경산시 와촌면 대한리 선본사 갓바위 왼편 200m 지점(해발 840m) 1.2㎞ 구간. 추진위는 집단시설지구 상인과 동구지역 투자자 등 27명으로 지난해 6월 법인(가칭 갓바위문화관광개발)을 구성했다. 추정 사업비는 약 120억원.

이들은 빠르면 이달 말 대구시에 공원조성계획 변경 신청을 한 뒤 공원사업시행 허가를 받아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이전에 케이블카 운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공원조성계획 변경 여부는 대구시 자연공원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사업지역이 문화재보호구역 반경 500m 이내이기 때문에 문화재청의 현상변경 허가도 받아야 한다.

◆왜 하려고 하나

케이블카 설치 필요성에 대해서는 추진위 외에도 대구시, 동구청, 집단시설지구 상인을 비롯한 동구 주민 일부 등이 공감하고 있다.

이들은 ▷상권을 포함한 지역경제 활성화 ▷불교권 국가를 비롯한 내외국 관광객 유치 ▷노약자와 어린이 등의 접근성 확보 등을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당위성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이응재 추진위원장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이전에 케이블카가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불교계와 환경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반영하고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또 "운영 수익금의 상당부분을 동구지역에 환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현재 조계종 총무원과 선본사 등과 대화와 공개토론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지역 정치권과 대구시도 불교계와 대화하는 등 합일점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자연환경 훼손 우려에 대해 이 위원장은 "하부정류장은 기존 집단시설지구 약 330㎡터에 설치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고, 상부정류장도 설치면적과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체 구간 중 지주도 2개만 하면 되고, 훼손면적도 개당 8㎡가량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상부정류장에서 갓바위에 이르는 200m 구간은 토사유출과 동물 이동로 확보 등을 위해 나무다리를 설치하고, 받침대와 난간 등은 친환경재료를 사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불교계와 환경단체, 관련 기관과의 공청회 등 여론수렴 과정을 반드시 거치겠다"고 했다.

이재만 대구 동구청장은 "불교문화에 대한 관광상품화와 갓바위까지 걸어서 오르기 힘든 이들에 대한 접근성 차원에서 케이블카 설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구청장은 "내외국인에게 갓바위를 포함한 팔공산 관광을 유치하고 싶어도 갓바위 왕복시간 때문에 관광 상품화가 어렵다"며 "케이블카는 불교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관광자원의 현실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갓바위 부처님에게 '한가지 소원'을 빌고 싶어도 노약자 장애인 환자 등에게는 기회가 차단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편의를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구청장은 '자연훼손 최소화와 법규 준수' '여론수렴을 통한 합의 도출'을 전제로 했다. 대구시도 추진위 측이 공원조성계획 변경 신청을 해오면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왜 반대하나

조계종 직영사찰인 선본사와 조계종 총무원을 비롯한 불교계, 지역 환경단체, 경산시, 경산 와촌지역 상인을 비롯한 경산 주민 일부 등은 케이블카 설치에 대체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반대의 주된 이유로 ▷문화재를 포함한 불교성지 훼손 ▷자연환경 파괴 ▷불교 수행환경 악화 ▷경산 와촌지역 상권 위축 등을 들고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선본사는 지난해 6월부터 '갓바위 케이블카 설치반대' 서명을 시민 6만명으로부터 받아 지난해 하반기 문화재청과 대구시에 전달했다.

갓바위를 관리하는 선본사 측은 "불교 성지의 관광상품화라는 단순 도식으로 개발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민족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할 때 훼손이 뻔한 개발에 절대 반대한다"고 했다.

조계종 총무원은 사회부, 문화부를 중심으로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미 반대 성명을 냈고, 환경조사도 벌일 예정이다. 총무원 사회부 차진주 주임(환경담당)은 "불교 문화재와 자연환경 훼손, 수행환경 악화 등 측면에서 케이블카 설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불교계와 시민환경단체 등이 공동으로 반대 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계종 환경위원회가 '케이블카 설치가 불교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면밀한 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했다.

지역 환경단체들도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대구경북녹색연합,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대구녹색소비자연대 등은 추진위가 대구시에 공원조성계획 변경 신청 등을 할 경우 공동 대책위원회 등을 구성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구태우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갓바위 부근과 등산로에는 국내외에서 엄청난 사람들이 몰리는 바람에 자연환경이 이미 많이 훼손됐다"며 "여기에다 케이블카까지 설치한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개발과 산업의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곤란하다"며 "주변 자연환경은 물론 불교문화유산의 가치도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선진국의 경우 걸어서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지형에 산악 케이블카를 설치하거나, 설치하더라도 등산로 폐쇄를 우선해 환경보호 방안을 적극 고려한다"고 했다. 특히 "팔공산과 갓바위는 특정 개인의 것이 아니라, 대구·경북 시도민과 국민의 자산이기 때문에 국민의 여론수렴 과정이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방향은

케이블카 설치 추진 측과 반대 측의 극명한 논리 대립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일치점은 있다. '여론수렴'이다. 공청회, 토론회 등을 통해 공통분모와 합일점을 찾아야 한다는 데는 대체로 양측의 의견이 일치한다.

아무리 좋은 방안이나 정책이라도 다수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반대로 서투른 정책과 사업이라도 각계의 사람들이 머리를 맞댄다면 당초의 안을 뛰어넘는 바람직한 방향이 도출될 수도 있다.

갓바위 케이블카 설치논란에는 민간사업자와 불교계, 지방자치단체가 논의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그 당사자들 못지않게 중심에 서야할 주체가 바로 시민들이다. 시민사회에서 시민 다수의 중의가 모일 때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다. 갓바위 케이블카 설치논란이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여론을 모아내면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좋은 모델이 될 것인지 여부가 관심이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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