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영화를 보자]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EBS 21일 오후 11시10분

쓰네오(쓰마부키 사토시)는 마작 게임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이다.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는 밤마다 유모차를 끌고 산책하는 정체불명의 할머니 이야기가 떠돈다. 유모차 안에는 큰돈이나 마약이 들어있을 거라고 손님들은 수군댄다. 그러던 어느 날, 쓰네오는 이른 아침 유모차와 마주치게 된다. 놀랍게도 그 안에는 한 소녀가 앉아 있다. 조제(이케와키 치즈루)라는 이름의 그 소녀는 다리가 불편해 잘 걷지 못하는 상태라 할머니는 매일 손녀를 유모차로 산책시키고 있었던 것.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음식 솜씨가 좋은데다 하루 종일 방안에서 책을 읽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 방안에는 각종 헌책들로 가득 차 있다. 조금씩 조제에게 끌리기 시작한 쓰네오는 그날부터 거의 매일 조제의 집에 찾아가 말동무가 되어준다. 서로에게 사랑을 느낀 두 사람은 자동차를 빌려 둘만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학교에서는 카나에(우에노 주리)가 쓰네오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어쨌건 츠네오는 조제만을 사랑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쓰네오는 조제에게 조금씩 싫증을 느끼게 되고 그녀를 떠날 준비를 한다. 그리고 조제 몰래 카나에를 만난다.

조제는 프랑수아 사강의 소설에서 따온 여주인공의 극중 이름. 독특한 제목에는 그녀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 동물들이 모두 들어있다. 호랑이는 조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같이 보겠다던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던 동물이고, 물고기들은 조제가 만들어낸 환상 속에서 자신을 투영해낸 존재다.

쓰마부키 사토시와 이케와키 치즈루, 그리고 우에노 주리는 일본 청춘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들. '워터보이즈' 등에 출연한 쓰마부키 사토시는 이번 영화에서 귀여운 소년을 넘어 배우로서 한 단계 성숙했음을 보여준다. 우에노 주리는 '스윙 걸즈' 등 영화는 물론 TV 시리즈 '노다메 칸타빌레'를 통해 국내 팬도 많다. 일본에서 단관 개봉으로 시작해 한 극장에서만 1억엔 이상의 수익을 올린 이 영화는 그 해 일본 인디 영화 최고의 흥행작인 동시에, 영화지 '키네마준보'가 선정한 베스트 일본 영화 중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EBS '세계의 명화'(21일 오후 11시10분)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2003년작. 116분. 15세 이상.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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