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우(47)씨는 잇몸에서 피가 나고 통증이 심해 치과를 찾았다 100만원이 넘는 거금을 썼다. 치주염 진단을 받아 한 달 동안 잇몸 치료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잇몸이 이상하다 싶었지만 '괜찮겠지'하며 몇년을 버티다 치과를 찾은 탓에 잇몸병이 이미 많이 진행돼 있었던 것. 김씨는 "치아가 아닌 잇몸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진작 관리했거나 좀 더 일찍 치과를 갔다면 병이 악화되는 것도 막고 치료비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했지만 너무 늦었다"고 하소연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선뜻 수긍하기는 힘들다. 사실 이가 없을 정도면 잇몸도 건강하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잇몸에 대한 관심은 치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다 치주질환(잇몸질환)이 생기면 그제야 잇몸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풍치'로 알려진 치주질환은 '성인 국민병'이라 할 만큼 발생률이 아주 높다. 2007년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19세 이상 국민의 74%, 특히 40세 이후엔 90% 이상이 치주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험급여 외래진료 다빈도 질환 순위도 치은염(잇몸염증)·치주질환이 급성기관지염과 급성편도염에 이어 세번째로 많았다. 넓게 보면 감기 관련 질환에 이어 많은 질병이 잇몸병이란 얘기다. 잇몸질환 증가 속도도 엄청나다. 2002년 다빈도 질환 순위 9위였던 치주질환은 2005년 5위, 2008년 3위로 뛰어오른 것. 그렇다면 중년에 치주질환으로 고생하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치주질환
만성치주염, 치주농양, 급진성치주염 등 수십가지에 달하는 치주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만성치주염이다. 이는 치아를 보호하고 지지해 주는 잇몸뼈와 잇몸조직에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으로, 치아를 잃는 가장 주된 원인이다. 최근엔 임플란트 시술이 보편화되면서 임플란트주위염도 급증하고 있다. 임플란트 주위 연조직 및 골조직에서 만성치주염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특히 임플란트 치아의 경우 반영구적이고 자연치보다 더 튼튼하다고 생각하기 일쑤지만 자연치아에 비해 조직 구성이나 방어인자, 감각기능, 힘 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불안정한 구조물이어서 염증에 쉽게 노출되고 급속히 진행되는 등 염증에 더욱 취약하다. 문제는 이러한 만성치주염과 임플란트주위염이 발생해도 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 병을 키운 뒤에야 치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잇몸병이 생기기 전에 잇몸에 대해 관심을 갖고 관리하는 것이 치주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책이다.
◆증상 및 원인
예방 노력이 부족했다면 조금 이상하다 싶을 때 바로 치과를 찾는 것이 잇몸병 악화를 막을 수 있는 차선책이다. 잇몸이 붓거나 붉게 변할 때, 잇몸에서 피가 나거나 간혹 통증을 느낄 때, 또 입냄새가 심하고 잇몸 주위가 근질근질해 쑤시고 싶은 증상이 나타나면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이는 만성치주염과 임플란트주위염의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이기 때문이다. 치주질환이 더욱 진행되면 잇몸이 느슨해지고 치아가 흔들리기 시작하며 치아의 위치가 변하거나 피고름이 섞여 나오는 경우도 있다. 또 잇몸이 점점 밑으로 처지고 통증도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치주염의 가장 큰 원인은 프라그, 세균막 등 치태와 치석으로, 치아 표면에 세균이 붙어 살면서 독소를 생성하고 잇몸을 파괴한다. 세균 종류만해도 200~300가지에 달하고, 세균 수는 보통 침 1㎖에 60억마리, 치태 1g에 1천억마리나 산다. 잘못된 보철물도 치주염을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또 부정교합, 흡연 및 이 악물기 등 나쁜 습관, 당뇨병, 심혈관계 이상, 임신, 영양 문제 등도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치료 및 예방법
치주질환 치료는 치태 및 치석을 제거하는 치석제거술(스케일링)과 치근면을 깨끗하게 하는 치근활택술이 기본이다. 또 치주소파술(치아와 잇몸 사이의 염증성 조직을 제거하는 시술), 치주판막수술(잇몸을 째 잇몸과 뿌리 주위의 염증과 치석을 제거하는 잇몸수술), 조직유도재생술 및 골이식술(손상된 잇몸뼈를 재생하는 수술), 심미치주치료(치은성형술) 등도 많이 시술된다. 약물 치료의 경우 근본적인 치료에 한계가 있고 치석 및 원인인자를 제거하기 어려워 주로 치주 치료 후 보조적 방법으로 사용된다.
치주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어릴 때부터 칫솔질 습관을 들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식후 3분 내, 하루 3번, 5분 이상 정확한 방법으로 칫솔질을 해야 한다. 치간 치솔이나 치실 등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과일이나 야채 등으로 비타민 C를 충분히 섭취하고 균형 있는 식사를 통해 영양을 보충해 주는 게 좋다. 이와 함께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2번 이상 정기 검진과 스케일링을 받는 등 치주질환이 생기기 전에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금연도 필수다. 특히 40대 이후 성인이나 노인 환자, 흡연자, 가족력 및 치주질환 경험자, 당뇨병·고혈압·심혈관계 질환자, 보철 및 교정 장치 장착자, 임플란트 시술 환자, 임신 여성 등은 검진과 스케일링을 더욱 자주하는 게 좋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이재목 경북대병원 치과진료처 치주과장
사진 설명=중년이 되면 피할 수 없는 질병이 바로 치주질환이다. 평소 잇몸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관리하는 것이 잇몸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정상조직→초기치은염→진행된 치주염은 순서대로)
※치주질환 자가진단법
1. 입냄새가 심하다.
2. 칫솔질 또는 딱딱한 음식을 먹을 때 잇몸에서 피가 난다.
3. 잇몸이 붓거나 붉게 변한다.
4. 가끔 통증이 있거나 만지면 아프다.
5. 잇몸이 근질근질해 이쑤시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6. 치아가 맞물리는 느낌이 변한 것 같다.
1. 잇몸이 느슨해져 치아 사이가 벌어지는 느낌이 든다.
2. 치아가 많이 흔들린다.
3. 치아의 위치가 변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4. 통증이 심하고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5. 잇몸이 내려가 이가 길어 보인다.
6. 잇몸에서 피고름이 섞여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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