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도 제주도 올레(돌담길을 따라 만든 길)처럼 경치를 구경하며 쉬엄쉬엄 걷는 산책로가 생기고 있다. 행정기관이 일방적으로 조성한 길이 아니라 시민들이 걸으며 함께 만들어가는 길이다.
22일 오후 2시쯤 대구 동구 지하철 1호선 아양교역 인근 아양루. 40여명의 시민들이 망루에 옹기종기 모여 운동화끈을 동여맸다. 처음 만난 이들은 간단히 통성명한 뒤 배낭을 메고 줄지어 금호강변을 걷기 시작했다. 꼬마의 손을 잡고 걷는 엄마부터 커플 모자를 눌러쓴 20대 연인들까지 하나같이 "대구에도 이렇게 걷기 좋은 길이 있구나" 하며 즐거워했다.
이날 아양루에서 신매역까지 10여㎞에 걸쳐 진행된 걷기 행사는 '세계 물의 날'을 기념해 대구녹색소비자연대(녹소연)가 주최한 '2009 대구 올레' 운동의 하나다. 올레는 제주어로 '거리에서 대문까지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가리키는 말로, 느릿느릿한 황소걸음으로 참 자연의 의미를 깨닫자는 취지다.
녹소연 정미나 행동팀장은 "올레 운동은 제주도 돌담길을 걷는 제주 올레에서 비롯돼 자연과 친해지는 삶의 한 방식으로 전국에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올레길은 녹소연이 지난해 아양루에서 금호강변을 따라 가천잠수교를 거쳐 지하철2호선 신매역까지 10여㎞ 구간의 산책길을 연결해 만들었다.
이날 대구 올레에 참석한 시민들은 도심 속 자연에 눈떴다. 방촌역 부근 버드나무 군락지에서는 길을 멈추고 버들피리를 만들었다. 청·장년층은 향수에 빠졌고 어린이들은 새로운 놀이에 신기해했다. 세 자녀와 함께 대구 올레길에 오른 신홍(44·동구 방촌동)씨는 "어릴 때 금호강가에서 멱을 감고 버들피리를 만들어 불곤 했다"며 "대구 올레 덕분에 잊고 지냈던 추억을 되찾았다"고 했다.
대구 올레길은 평탄하고 거리 부담이 적어 가족과 연인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남매를 데리고 나온 주부 김필순(41·경산시)씨는 "멀리까지 가지 않고 자주 찾을 수 있는 산책코스를 알게 되어 즐겁다"고 말했다.
대구 올레길은 공식 행사가 없더라도 누구나 쉽게 찾아 걸을 수 있다. 녹소연 안재홍 사무국장은 "시민들을 위해 금호강변 대구 올레길 주요 지점마다 푸른색 '올레 리본'을 나뭇가지 등에 매달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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