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지금 은행들이 스톡옵션 잔치 벌일 때인가

최악의 경제위기로 온 국민이 고통받는 처지다. 이런 때에 일부 국내은행들이 '보너스 잔치'를 벌이는 것은 국민을 허탈하게 하는 짓이다.

신한금융지주가 지난 17일 정기주총에서 임직원 107명에게 61만여 주의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주기로 한 데 이어 대구은행이 25일 은행장에게 13만 주, KB금융이 27일 경영진에게 25만 주의 스톡옵션을 각각 부여할 예정이다. 은행 신입직원의 연봉은 20% 삭감됐고 기존 직원의 급여도 사실상 10% 깎였다. 이런 마당에서 스톡옵션은 경영진만 배를 불리겠다는 소리를 듣기 딱 십상이다. 시중은행의 경영위기는 외환위기의 교훈을 잊고 리스크 관리는 제쳐둔 채 외형경쟁에만 몰두해온 데 따른 결과 아닌가.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은행의 달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대외채무 지급보증을 해준 데 대해 자구노력이라며 스톡옵션을 반납한 것이 불과 몇 달 전이었다는 점이다. 당시 스톡옵션은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였다. 주가가 폭락해 행사가격으로 스톡옵션을 행사할 경우 손해가 불가피했던 것이다. 결국 지난해 말 스톡옵션을 반납하고 올해 주총에서 스톡옵션을 다시 받는 것은 손해가 날 것은 버리고, 막대한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낮은 가격으로 새 스톡옵션을 받기 위한 꼼수였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여론의 비판이 거세자 신한은행은 스톡옵션 전량을 반납하기로 했다. 그러나 다른 은행은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다. 이런 문제는 꾸물거릴 게 아니다. 위기 극복에 동참한다는 자세로 속히 결단해야 한다. 정부도 이 같은 도덕적 해이를 방치하고서는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에 국민적 동의를 받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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