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매우 짧은 시간이지만 10분은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특히, 매일 10분을 어딘가에 투자한다면 한 달이면 300분, 1년이면 3천650분이 된다. 10년으로 따지면 3만6천500분이다. '공교육 살리기'가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하루 10분을 수학공부에 투자해 '작은 기적'을 이룬 곳이 있다. 대구 달성교육청이 지난해 4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초·중학교 아침수학공부 10분' 프로그램 이야기다. 두 학기를 거치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곳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찾아가 봤다.
◆진지한 아침맞이 10분
19일 오전 8시 50분 대구 달성군 화동초교 5학년 2반 교실. 이명숙 담임교사가 컴퓨터를 조작하더니 대형 TV모니터에 수리문제가 나타났다. '다음 중 틀린 것을 찾으시오'라는 문제는 제시된 숫자의 배수가 아닌 것을 찾아라는 문제였다. 이를 본 학생들은 펼쳐 놓은 공책 위에 연필로 문제를 적고 답을 찾아 나갔다. 5분 뒤. 한 번 더 답을 확인해 볼 것을 주문하던 이 교사는 학생들이 답을 발표하게 한 뒤 일일이 화면의 정답과 비교를 했다. 아이들은 자신의 실력을 뽐내려는 듯 문제마다 손을 들며 응대했다.
이웃한 화원중학교에서는 이보다 이른 오전 8시 10분부터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담임교사가 수학 문제지를 나눠주면 학생들이 풀고 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 반에 1명씩 지정된 '수리학습 도우미'는 먼저 문제를 풀고는 친구들을 도왔다.
◆어떤 프로그램인가?
'아침수학공부 10분'은 달성교육청이 직접 개발해 지난해부터 시작한 특화 프로그램이다. 초교 4~6학년(올해부터 3학년 추가 실시), 중학교 1~3학년을 대상으로 1교시 수업 시작 전 10분 동안 수학문제를 풀도록 했다. '기초·기본 수리능력 향상을 통해 학생들이 자기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에 맞춰 설계됐다. 문제는 달성교육청 수리TF팀이 만든 것을 활용한다. 초교생의 경우 달성교육청 홈페이지에서 문제를 내려받아 교육청에서 제작한 공책에 푼다. 중학생의 경우에는 문제를 인쇄해 격주로 2주 분량을 각 학교로 배송하고 있다. 학생들은 매주 4회 5문제를 풀게 돼 있다.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 못다 푼 문제는 쉬는 시간이나 점심식사 시간 등을 활용해 풀도록 지도하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복습을 시켜 학습 효과를 배가시키기도 한다.
달성교육청에서는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달성학생수리능력 인증제'를 도입해 학교별 실정에 맞는 자체 인증서를 수여했다. 그리고 '달성교육청 수학경시대회'를 열어 학년별 2명씩 학교 대표들의 실력을 측정해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시상했다.
◆반복학습으로 공부에 흥미 생겨
이 프로그램의 특성은 기본적인 문제를 1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매일 반복적으로 학습한다는 점이다. 화원중학교 서성진 교장은 "학습의 연속성을 살려 학생들의 성적 부진을 막고, 성적이 부진한 학생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명숙 교사는 "2주일 전 배운 내용을 복습해 학생들의 기초 계산능력을 키우고 있다. 생활형 맞벌이 부부가 많아 아이들 교육을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복습을 통해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도 키우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 화동초교 5학년 권민지(11)양은 "처음에는 문제가 어려워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복습하면서 재미를 느꼈다. 답을 모두 맞출 때는 칭찬받는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같은 학교 이민혜(11)양은 "처음엔 수학 능력이 딸려 재미가 없었는데 복습을 하면서 문제를 잊지 않게 됐고 연산능력도 좋아졌다. 이제 5문제가 귀찮지 않고 재미있다"고 했다. 화원중 3년 강명선(15)양도 "수학이 어려워 귀찮아 했는데 익숙해진 지금에는 오히려 흥미가 생긴다"고 했다.
◆성적 향상에 학생·교사 모두 만족
학생들은 가장 어려워하는 수학에 흥미를 느끼면서 성적이 향상됐다. 자기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배우면서 다른 공부에도 흥미를 느끼게 됐다는 것. 화원중학교 김미리 창의학습부장은 "우리 학교가 학습평가에서 대구의 수학 평균을 넘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2학년 학생들이 전국연합학력평가 결과 전체 평균보다 0.2점을 웃돌았다"며 그 효과를 자랑했다. 이 학교 3학년 이혜민(15)양은 "2학년에 진학하자 수학 성적이 70점대로 떨어졌다. 아침 수학공부 10분을 하고 나서 90점대로 회복됐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강명선양은 2학년 때 60점대 성적이 지금은 70점대로 올라섰다. 강양은 "더욱 열심히 해서 80, 90점대까지 올려 보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화동초교의 경우 지난해 달성교육청이 7월과 11월에 실시한 '달성학생수리능력 인증제' 평가 결과 1~3급 수여자 비율이 모두 90%를 넘었다. 이른 아침 10분간 수학문제 풀이의 효과를 경험한 달성교육청은 올해 예산으로 지난해 달성군 지원액 6천500만원보다 증액한 1억300만원(교육청 4천300만원·달성군 6천만원)을 확보해 프로그램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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