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이 복병으로 등장했다. 최근 서울의 주요 대학들은 물론 경북대, 영남대까지 입학사정관제를 통한 모집 인원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대부분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나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상당수 대학들이 지난해보다 3~25배나 많은 인원인 1만여명을 이 제도로 뽑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물론 진학지도를 담당할 교사들까지 혼란스럽다. 입학사정관제 전형 방법과 지원전략에 대해 알아봤다. .
◆올 입시에서 1만여명 선발
교과 및 수능성적이 낮아도 창의력과 잠재력이 있는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이 제도는 2008학년도 서울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에서 부분적으로 도입했다. 지난해 12월 대교협은 2010학년도에는 49개 대학에서 4천376명을 선발한다고 발표했다. 대교협 발표 당시 이 규모는 전체 입시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크지 않을 전망이었다. 그러나 올해 교과부가 입학사정관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대학에 예산을 차등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발표하자 카이스트와 포스텍을 비롯, 많은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 모집 정원을 앞 다투어 대폭 늘이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학생부나 수능의 교과 성적보다는 학생의 잠재력, 창의력, 특기, 소질, 주된 관심사 등을 두루 평가해 선발하는 제도이다. 미국에선 1920년대부터 이 제도를 도입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정착됐다. 'SAT(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가 60점 이상 차이가 나야 실제로 학생 간 실력 차이가 난다'라는 버클리 대학의 입학사정관 지침서에 있는 내용을 보면 입학사정관제의 취지를 잘 알 수 있다. 학생부 성적이나 수능점수 몇 점 차이로 당락을 결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기대와 우려
점수에 의한 '한 줄 세우기'를 지양하고 창의력과 잠재력을 중시하겠다는 선발 방식이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되고 학부모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면 사교육 억제와 공교육 정상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1920년대 입학사정관제를 처음 도입한 미국에서조차 이 제도는 대학이 특정 인종을 배제하고 원하는 학생들을 골라 뽑기 위한 도구로 악용된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제도 도입 당시인 1922년 하버드 대학은 유태인 합격비율이 21.5%, 1918년 콜럼비아 대학에선 유태인 합격자가 40%에 육박했다. 대학들이 이 비율을 낮추기 위해 성적이 아닌 인성, 리더십, 과외활동, 봉사 등을 고려한 새로운 선발 방식을 만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의 경우 많은 오해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이 제도는 정착됐고, 대학마다 수십 명에 달하는 훈련된 전문 입학사정관을 두고 있다.
훈련된 전문요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 대학들이 짧은 기간에 수백, 수천 명을 심사해 창의력과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뽑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제도는 자칫하면 수험생의 경제적 위치와 사회문화적 배경이 당락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계층이동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성적 비중을 줄이고 비교과 영역을 중시하라는 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면서 단기간에 우수 학생을 변별하기 위해서는 수상경력이나 외국어 인증, 대외활동 등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몇 해 전 '논술광풍'때와 같은 신종 고급과외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 확보 방안'이란 논문에서 광주대 박남기 교수는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면 이 제도는 정착되기 어렵다.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신뢰성 있는 제도적 장치를 구안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형방법
2008학년도 서울대는 정시모집의 농어촌 특별전형에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다. 서울대에 따르면 물리 성적이 좋은 학생의 경우 교내 분위기나 학습 여건이 어떻게 작용했는지, 영어 성적이 갑자기 올라간 경우 어떻게 공부해 그렇게 될 수 있었는지 등을 학부모와 교사를 통해 알아 낼 수가 있었고 이런 내용을 입학사정관을 통해 확인한 후 합격 여부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2010학년도에 서울대는 기회균형 선발 특별전형, 외국인 학생 특별전형, 농어촌 특별전형, 특수교육 대상자 특별전형 등 네 가지 전형에 정원 외 모집으로 입학사정관제를 확대 실시한다. 모집정원은 지난해보다 22명 늘어난 140명이다. 평가 방법은 입학사정관들이 학생부, 추천서, 자기소개서 등을 종합평가한 뒤 면접을 통해 학업 능력, 성장 환경, 교육 여건, 잠재력, 지원학과에 대한 적성 등을 심층적으로 평가한다.
카이스트는 전국에 있는 일반고 1천여 곳에서 학교장 추천을 받고 1단계 심사에서 추천받은 학생들의 내신, 가정환경, 사회·봉사 참여 활동 등을 서류 평가한다. 2배수인 300명을 뽑아 교수·비교수 출신 입학 사정관들이 다시 서류평가, 면접 등을 한다. 여기서 150명을 뽑아 최종적으로 교수단이 합·불합격을 결정한다. 중복 평가가 없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1, 2 단계에 참여했던 평가자는 3단계 면접에서 심사위원이 될 수 없다. 최소한 3개 그룹 이상의 평가를 받아 객관성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두 학생의 평가 점수가 비슷한 경우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을 무조건 뽑겠다는 방침이다. 올림피아 등 경시대회 수상 경력도 보지 않는다.
포스텍은 전체 모집정원 300명 전원을 입학사정관제로 뽑는데 선발 방법은 카이스트와 다소 다르다. 1단계에서 내신, 자기소개서, 사회봉사 등 서류 심사로 정원의 2~3배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는 수학, 과학 구술면접과 심층면접을 통해 창의적 사고를 검증한다. 포스텍은 학교에 따라 차별을 두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어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실시한다고 볼 수 있다.
경북대는 지난해보다 3배에 가까운 180~190명을 입학사정관제로 뽑는다. 평가 기준은 특정학과를 선택한 동기와 의지, 전공을 위한 준비과정, 학업계획, 자기소개서 등을 평가하며, 면접을 통해 최종 선발한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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