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시절 공공의 적은 '부동산 투기'였다.
불안한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는 하루가 멀다 하고 '투기 방지책'을 쏟아냈고 대통령까지 나서 '투기와의 전쟁'을 외쳤다. 하지만 정권 3년차까지 집값은 오히려 상승했고 정부는 마지막 승부로 '세금 폭탄'이란 거센 비난을 샀던 종부세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카드를 꺼내들었다.
참여 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의 요지를 정리하면 간단하다. 크게 비싸지 않은 집 한 채 만 소유하라는 것.
그 결과 지방 주요 도시는 물론 '강남 불패'란 신조어까지 유행시켰던 서울 강남 집값도 정권 말기인 2007년부터 하락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지난해 취임한 신정부도 지난 정부처럼 연일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내용은 정반대다. MB정부 취임 이후 7차례 정도 발표된 부동산 정책의 뼈대는 '투자 활성화'다. 집을 사면 취득·등록세를 깎아주고 양도세 중과 폐지는 물론 아예 양도세 면제까지 하겠다며 집사기를 망설이는 국민들에게 투자를 외치고 있다. 또 다주택자에게 집중됐던 각종 규제를 풀며 임대업 활성화 방안까지 마련했다.
집을 사면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투기'도 되고 '투자'도 되는 것이 한국 부동산 시장의 현실인 셈이다.
문제는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 할 때마다 최대 피해자는 '서민'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참여정부가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벌인 것은 DJ정권의 부동산 정책이 낳은 결과다.
IMF관리체제 당시 미분양 아파트가 양산되고 침체된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는 취득·등록세 감면과 양도세 면제 등 MB정부와 똑같은 부동산 활성화 방안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돈 없는 서민들까지 은행돈을 빌려서 투자를 위해 아파트 분양권을 사기 시작했고 '가수요'는 엄청난 공급으로 계속 이어졌다.
결국 이러한 가수요는 넘쳐나는 '불꺼진 아파트'를 만들어냈다.
물론 여기에는 '선분양 후입주'란 독특한 한국의 주택 시장 시스템도 한몫을 했다. 당장 집이 모자라고 집값이 오르다 보니 2~3년 뒤에도 주택시장이 같을 것이란 착시 현상을 일으켰고 상당수 서민들이 선분양 계약에 뛰어든 것이다.
아파트 공급량이 급감하고 있고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활성화 방안 시행에 들어간 만큼 주택 시장은 이제 다시 반응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여정부 시절 지난친 규제로 왜곡됐던 시장이 정상화되면 집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서민들의 고통도 어느 정도는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앞선 우려가 있다.
다음 정부에서 또다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반복되는 땜질식 단기처방이 아니라 국민들이 마음놓고 집을 사고 팔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이재협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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