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심속 폐허가 는다…재개발·재건축 중단 곳곳 흉물로

부동산 경기침체로 도심 곳곳이 슬럼화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아파트 분양을 추진하던 시행사들이 잇따라 건설을 연기하거나 포기했기 때문이다.

23일 대구의 공동주택 건축사업 현장을 둘러보니 공사가 중단된 채 부지만 덩그러니 남아 대구의 암담한 경제사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대구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중단된 현장은 재개발·개건축 74곳, 민영아파트 29곳 등 모두 103곳으로 면적만 625만8천919㎡(약 190만평)에 이른다.

그래도 펜스를 둘러치거나 부지 정리라도 해둔 곳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철거가 진행되다 중단돼 폐허로 남아있는 곳도 10여 곳이 넘고 일부 주민들은 쓰레기 더미 속에서 살고 있었다.

이날 오후 2시쯤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재건축 지구. 4, 5층 건물들의 창문은 모두 뜯겨져 나가 있고 건물 곳곳에는 건물 키 높이의 철봉들이 다닥다닥 세워져 있다. 대문과 창문이 모두 부서진 단독주택 건물 안에는 방방마다 썩어가는 쓰레기들이 수북했다. 쓰레기 썩는 냄새가 진동해 숨을 쉬기조차 힘든 실정. 밤에 누군가 들어와 불피운 흔적, 술을 먹고 놀다간 흔적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당초 4개동, 258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었던 이곳은 2006년 연말부터 철거가 진행됐지만 시공을 맡았던 지역 건설사가 사업을 중단, '시간이 멈춘 폐허'가 돼 버렸다. 벌써 1년 넘게 사업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철거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대책 없이 방치돼 있다.

이 때문에 토지 보상이나 경제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아직도 14가구가 살고 있다. 최근 기온이 급속하게 오르면서 주민들은 다가올 여름 걱정에 몸서리를 친다. 주민 김모(56·여)씨는 "쓰레기 냄새와 파리, 모기 때문에 도저히 살 수가 없다. 돈만 있으면 얼른 뜨고 싶은 지경"이라며 "이제는 더 말할 힘도 남아있지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같은 날 오후 4시쯤 수성구 범어3동 대구지법 건너편 민영아파트건축사업 예정지. 2만5천㎡에 이르는 면적에 주택과 상가 160여 채가 들어서 있지만 조금만 걸어 들어가 보면 빈집이 수두룩했다. 빈집마다 철거과정에서 나온 건축 폐자재와 생활쓰레기 더미로 가득 차 있고 골목가 빈 집 앞에는 차들만이 빼곡히 주차돼 있을 뿐이다. 이곳 역시 서울의 한 건설시행사가 2007년 1월쯤 아파트를 짓기 위해 토지와 기존 건물들을 매입해 철거를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전체 30%가량인 50여 가구가 이주를 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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