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春三月 夏四月

지난주는 마치 여름 같았다. 햇볕이 삼복 때처럼 따가워 나다니기 힘들었다. 한낮엔 다리에서 땀이 나 걷는 이의 바지가 휘감겼다. 사람 많이 모이는 행사장에선 냉방기가 가동되고 승용차에 에어컨을 켠 사람도 있었다.

더위는 수치로도 확인됐다. 가장 더웠던 목요일(19일) 최고기온은 의성 27.2℃, 영덕 26.8℃, 대구 26.6℃, 안동 25.4℃나 됐다. 최저기온도 영덕 16.5℃, 포항 14.4℃에 이르렀다. 사상 최고이자, 작년 경우 4월 18일이 돼서야 나타났던 기온이다. 작년 3월 대구 최고기온은 겨우 19.5℃(3월 17일), 일일 최저기온 중 가장 높았던 것도 9.5℃(23일)에 불과했었다. 이 수치들만 기준 삼아 단순 비교한다면 계절이 꼭 한 달이나 앞당겨진 꼴이다.

게다가 이럴 조짐은 지난 1월 말부터 나타났다. 그달 대체로 영상 1℃ 전후에 머물던 대구 최고기온이 설 직후인 1월 28일 순식간에 10℃로 솟구치더니 2월 2일엔 14.3℃까지 올랐다. 최저기온 또한 1월 24일엔 영하 10.5℃에 이를 정도로 낮았으나 열흘 만에 무려 16℃나 널뛰기했다. 작년 그즈음 아침 기온은 대체로 영하 5∼영하 2℃, 낮 기온은 영상 5∼6℃에 머물렀었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지켜볼 만한 거리가 하나 생겼다. 올핸 어느 시점에 대구 낮 기온이 처음으로 30℃를 넘어설까 하는 게 그것이다.

종래 오랫동안 그 시점은 대체로 어린이날을 전후한 어느 날이었다. 21세기 들어서도 2000년 5월 23일(32.5℃), 2001년 5월 14일(30℃), 2002년 5월 25일(30.3℃), 2007년 5월 8일(32.7℃), 2008년 5월 2일(31.8℃)에 처음 30℃ 이상의 기온이 나타났었다.

하지만 그 시점은 근래로 올수록 더 앞당겨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05년엔 4월 28일에 31.5℃까지 치솟았고 2004년엔 4월 21일에 벌써 30.4℃를 기록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봐 이런 더위는 잠깐 며칠씩만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불쑥 더위'다. 그 후 다시 수그러들어 5월 말까지는 그런 대로 따뜻한 봄 날씨를 유지하는 게 통례인 것이다. 하지만 날씨 변화 폭이 갈수록 커지는 데다 올해는 돌아가는 품새가 더 유별나니 그 추이나마 제대로 유지될까 의심스럽다. 이러다가 '춘삼월'이 아니라 '하삼월'(3월 여름) '하사월'(4월 여름)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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