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부터 10개 대학이 입학사정관제도를 시범 도입했다. 2008년에는 국고지원을 받는 학교가 40개로 늘어났고, 자체 재원에 의해 실시하는 학교도 12개 학교에 이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에 32개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을 활용해 총 4천401명을 선발했다. 올해는 40개 이상의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입학사정관제는 새로운 선발방법론으로서 큰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대학이 사정'선발 전문가인 입학사정관을 육성하여 활용함으로써 대학의 이념이나 전공단위의 특성에 따라 보다 자유로운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학생의 시험성적보다 창의력, 관심과 의욕, 특기와 소질 등을 두루 평가해 선발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그 취지가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원래 이 제도는 지난 참여정부가 '2008 대입제도개혁방안'을 구안할 때 처음 도입할 것을 천명했다. 참여정부 교육혁신위원회는 '고교-대학 간 교육과정 연계'를 통해 중등교육과 대학교육의 계통성을 살려낸다는 취지에서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제안했다. 3년 정도 차근차근 인적'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면 정착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시험점수를 '잣대'로 삼아 성적순으로 선발하는 제도와 관행을 줄곧 좇다가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이 계통성을 상실하게 됐다. 수능중심 대학입시제도는 중등학교 교육과정을 극도로 파행적으로 운영하도록 이끌었고, 또 그 교육과정이 대학교육과 연계되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시험제도가 교육체제의 계통을 파손해 버린 꼴이다.
고교가 교육과정 목표를 완성하면서 학생의 학력을 키우고, 대학은 고교가 키워낸 그 학력을 전공교육과 연계시킬 때, 중등교육도 정상화되고 대학교육도 활성화될 수 있다. 따라서 고교 교육과정 활동과 대학 전공교육 간을 연계하는 매개자로서, 계통을 이어주는 매개자로서, 입학사정관의 역할이 착안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입학사정관은 대학의 특성이나 전공단위 교육목적에 부합하는 학생을 선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고교 교육과정과 대학 전공교육 간의 교섭을 매개한다. 그러기 위해 고교와 대학의 교육과정을 모니터하고, 학교생활기록부 등의 자료를 전형자료로 만들고, 학생이 가지고 있는 학습자원(교육의 잠재적 가능성)을 발굴하고, 소속 대학과 전공단위의 특성을 반영하여 선발방안을 구안한다. 물론 전형자료 평가와 선발 활동에도 참여한다.
하지만 최근 각 대학이 경쟁적으로 입학사정관제 선발 인원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전문적 선발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고 입학사정관의 수나 전문성이 미흡한 상황에서, 대학들이 조급하게 확대 실시하는 것 아니냐 하는 지적이다. 또 합격 여부가 입학사정관의 주관적 판단에 맡겨지게 될 가능성이 큰 만큼 과연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런 우려에 대해 각 대학은 지성적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부실하게 운영하다가 중도에 좌초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대학 간에 경쟁하듯이 조급하게 확대할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인적'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고 내실을 기하기 위해, 선발 인원을 확대하는 만큼 입학사정관 수를 늘려야 하고, 그들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선발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학은 고심해야 한다. 합리적인 평가기준 마련, 사정'선발 결과에 대한 교차검증, 다단계 사정절차 마련 등이 요청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평가기준을 공개하고 전형절차도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
입학사정관제는 시험성적 위주의 획일적 선발에서 잠재력과 창의성 위주의 다면적 선발로 그 방법론을 전환함으로써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는 핵심 기제로 기능할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를 지성적으로 운영하는 대학의 실천이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
손종현(경북대 입학사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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