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로 너 자신을 보호하려 하지 말고, 친구로서 보호를 받아라'라는 슬로바키아의 속담이 있다. 얼마 전 영화 적벽대전을 보면서 나는 새삼 그 말이 떠올랐다. 조조에게 쫓기던 유비는 그야말로 바람 앞의 촛불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었다. 유비는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상대하기 힘든 조조와 맞서기 위해 손권에게 손을 내밀었고 유비의 책사 제갈량과 손권의 명장 주유는 적벽에서 조조의 100만 대군에 맞서 역사에 길이 남을 대승을 거두었다. 영화의 거대한 스케일과 배우들의 섬세한 내면 연기는 마치 1천800년 전의 적벽대전을 실제로 보는 것 같았다. 영화 속 제갈량과 주유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좋은 친구가 있다면 얼마든지 인생의 역경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으로부터 1천400여 년 전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루어낸 김춘추 역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꿈'을 이루기 위해 친구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했고, 가장 힘이 세지는 않았던 신라에 의해 삼국은 하나가 될 수 있었다.
문득 나는 대구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친구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대구 주위에는 능력 있는 뛰어난 친구들이 많이 있다. 산업도시 포항과 구미, 전통문화의 도시 경주와 안동, 농업의 도시 의성과 성주, 모두가 대구와 30분 안에 연결된다. 이들과 친구가 되어 서로를 보완한다면 서울인들 못 이길까?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처음 갔을 때, 비행기 안에서 보았던 광경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점점이 희미하게 비치던 불빛은 어느새 거대한 불빛으로 바뀌고 영원히 잠들지 않을 듯 화려한 모습으로 다가온 도시는 나를 흥분 속으로 빠져들게 하였다. 사막 위의 황량한 작은 촌락에 불과했던 곳이 혼자의 힘으로 세계 유수의 관광도시로 발전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주위의 LA, 샌프란시스코 같은 도시와 그랜드 캐년, 요세미티 등 천혜의 관광지를 이용한 전략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주위의 좋은 동반자들과 함께 창조정신을 발휘해 다른 곳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노력을 했고 재미있는 놀이터, 다양한 먹을거리, 넓은 장소를 제공함으로써 세계적인 관광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다. 지금의 라스베이거스는 단순한 관광이나 소비만을 위한 도시가 아니다. 세계 각국의 많은 사람들이 컨벤션 참가를 위해 라스베이거스를 찾는다. 세계적 기업들이 모여 새로운 상품을 소개하고 경영의 흐름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컨벤션이 매일 열리는 라스베이거스는 어느새 비즈니스의 중심지가 되어 있다. 도박에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새로운 미래 산업을 이끌고 거대한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도시로 발전된 것이다.
우리가 소망하는 일류도시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친구가 필요할 것이다. 주위 도시들과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은 나누는 우정을 만들고 또, 대구의 가능성을 믿고 과감히 투자해 줄 소중한 친구를 만나야 할 것이다. 삶 속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좋은 친구를 얻기 위해 기꺼이 나를 낮추고 양보했던 것처럼, 주위 도시들과 또한 돈 많은 투자자들과 친구가 되기 위한 방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곳이 아닌 대구에 미래 산업, 세계적인 호텔, 컨벤션, 문화, 쇼핑, 교육, 의료와 관련된 산업을 만들고 운영할 투자자, 즉 친구가 필요하다. 꼭 굴뚝이 있는 공장만이 부를 창출하지는 않는다. 세상은 변하여 지식, 정보, 서비스, 그리고 아직 생각지도 않은 산업이 미래의 세상을 이끌어 갈 것이다.
활발한 소비는 생산인프라들을 쉼 없이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임에 틀림이 없다. 소비는 생산을 만들고 생산은 또 소비를 만들어 낸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인프라를 만들었다는 공은 외면하고 돈을 가져간다며 감정적으로 배척하는 주장은 '친구'를 만드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대구는 직물산업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선도해 온 경험과 우수한 인재가 있고 또 큰 소비시장이 있는 곳이다. 우리 모두 각자가 맡은 일에서 외부의 힘을 끌어들여 그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대구경북을 만드는 '21세기의 김춘추'가 될 수는 없을까?
도성환(홈플러스테스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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