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그래도 땅이 믿음직하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세계 경제의 침체가 우리나라 경제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망되는 등 경제활동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각종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기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토지 개발 전문기관에서 29년간 종사한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지금이야말로 토지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라 여겨진다. 헨리 조지(Henry George·1839-1897·미국)는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 1879)에서 토지는 소유하기만 하면 토지 자체가 갖고 있는 생산성 이상의 지대가 발생한다고 했다. 그 이유를 인구 증가로 설명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한적한 마을에서 시작, 마을이 점점 커져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대도시가 되었고 또 계속 성장하게 된다는 것.

이곳에서의 생산은 최고의 기계와 최선의 설비를 통해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노동의 분업도 극히 미세하게 이루어져서 능률성이 몇 배로 증가하게 되는 등 토지의 효용이 매우 커지고 따라서 자연스럽게 토지 소유자의 부가 크게 불어난다고 설명했다.

헨리 조지의 이러한 이론은 우리나라 산업화 과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도시용지 수요 증대로 인하여 토지를 급속도로 개발해왔고 그 과정에서 토지 소유자들이 많은 이득을 얻게 되었다. 따라서 인구가 형성되고 도시화가 계획적으로 이루어지는 대규모 개발 사업지구의 토지는 매력있는 투자처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경기 동향이 큰 틀에서는 1997년 IMF 외환 위기 때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혹자는 지금의 위기가 전 세계적 경기 침체에 기인하여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었던 지난 IMF 외환 위기 때와 비교하여 그 성격이 다르다고 하나 전체적인 경기 사이클(Cycle)은 IMF 위기 당시와 비슷하게 흘러 갈 것으로 전망된다.

IMF 구제 금융을 신청한 1997년 11월 국내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다가 1998년부터 오르기 시작하면서 2007년까지 계속 상승하였다. IMF 당시 부동산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 분양권 전매제한 폐지, 외국인 토지취득 허용 확대 등 각종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였으며, 한국토지공사도 당시 기업 재무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 비업무용 토지를 사들이는 등 전방위적인 경기 부양책에 동참했다. 그 효과로 당시에 외국인들을 비롯한 투자자들은 헐값으로 땅을 사들여 다시 되팔아 상당한 시세 차익을 올린 사례들에 대한 기억이 있다.

2009년 2월 삼성경제연구소 국내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하반기에는 글로벌 금융 불안이 완화되고 정부의 경기부양 조치가 효과를 보이면서 경기가 완만히 회복될 것이다.

따라서 IMF 위기때와 같이 부동산 경기 저점이 예상되는 금년도가 토지 투자시점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하반기부터는 각종 부동산 규제의 추가 완화 및 추경 편성 등을 통한 재정 지출 확대, 일자리 창출 등의 경기 부양책이 이어져 그 효과가 점점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토지 공급 공공기관이 신규사업 재투자 자금 확보를 위한 미분양 토지 해소를 위해 무이자 할부, 원금보장형 토지 리턴제 등 수요자 요구에 맞춘 조건을 내걸고 있어 관심을 갖고 주시한다면 좋은 조건으로 땅을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토지 투자시 주의할 것은 앞으로는 옛날과 같은 '묻지마 식' 투자가 성공하는 투기적 가격 상승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토지의 이용 가치가 높고 낮음에 따라 양극화되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므로, 토지의 효용성과 장래성을 꼼꼼히 따져야 하며, 단기 투자가 아닌 여유 자금을 갖고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할 것이다.

김태겸(한국토지공사 대구경북본부 지역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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