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자 읽기]후불제 민주주의

유시민 지음/돌베개 펴냄

일년간의 침묵을 깨고 유시민이 돌아왔다. 지난해 18대 총선에서 대구 출마를 밝히고, '예상대로 낙선'한 뒤 간혹 인터뷰에 등장하기는 했지만 그는 '지식 소매상'답게 집필에 몰두했다. 오랜 성찰 끝에 '대한민국 헌법'에 도착했다. "대한민국 헌법은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손에 넣은 일종의 '후불제 헌법'이었고, 그 '후불제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 역시 나중에라도 반드시 값을 치러야 하는 '후불제 민주주의'였다"고 주장한다. 또 "유신헌법은 두뇌는 명석하나 심성은 혼탁한, 소위 명문대학 출신의 법률 전문가들이 만들었고, 그들을 '양복입은 침팬지'라고 부르는게 합당하다"고 말한다. 침팬지 무리가 만든 성문 헌법은 실소를 머금게 한다. "제1조. 우리나라는 전체주의 국가이다. 주권은 '짱'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짱'에게서 나온다." 하지만 '헌법 에세이'라는 소제목이나 정치인 유시민에 이끌려 책을 집었다면 당황스러울 지도 모른다. 헌법 설명서나 정치 회고록과는 거리가 멀다. 거대 보수 신문과 재벌, 현 여당과 정부를 비판하는 동시에 진보 진영에 대한 비판적 언급도 빠뜨리지 않았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는 죄 많은 사람이 손에 든 촛불이라도 때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380쪽, 1만4천원.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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