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盧의 남자도…MB측근도…박연차 리스트 끝이 없다

'박연차 리스트'가 끝이 없어 보인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진전되면서 부패의 덫에 빠진 정치권 인사가 속속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 인사들이 줄줄이 연루됐고, 전·현직 경남지사가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는가 하면 여권 실세까지 두루 포함됐다.

◆노무현의 남자들

박연차 리스트는 노무현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날렸다. 검찰 수사 결과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는 2004년 6월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한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제2차관(구속)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하도록 박 회장에게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2005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도 김해 갑 지역구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한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구속)을 위해 박 회장으로부터 선거 자금 5억원을 조달해 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노무현 정권 시절 민정수석을 지냈던 박정규씨에 대해서도 2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씨는 2004년 12월 박 회장으로부터 5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 1억원치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광재·서갑원 민주당 의원 역시 2004년 이후 몇차례에 걸쳐 미국 뉴욕에 있는 한 식당에서 박회장 측으로부터 수만달러의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24일 이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서의원은 곧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전·현직 경남지사

박연차 리스트에는 전·현직 경남지사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박 회장의 정관계 로비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박 회장이 지난 2004년 계열사인 정산개발을 통해 사들인 경남 진해의 동방유량 공장 부지의 고도제한이 완화되는 과정에 김태호 경남지사가 개입한 일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 관계자는 "김 지사가 직접 관여한 바 없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시절 친노 직계 의원들의 모임인 의정연구센터 고문을 지낸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도 박 회장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소환을 앞두고 있다. 김 전 지사는 2006년 5월 박 회장이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 20여명에게 300만~500만원씩의 후원금을 내는 과정에 다리를 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MB 측근까지?

박연차 리스트에는 여권 인사들까지 두루 포함돼 있다. 특히 대통령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추부길씨가 구속된 데 이어 이종찬 1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도 박 회장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여당 의원들도 거론됐다. 허태열 한나라당 의원은 자신의 이름이 '박연차 리스트'에 있다는 의혹에 대해 "10년 가까이 (박연차 회장을) 만난 일이 없고 후원금도 받은 적이 없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권경석 한나라당 의원도 해명자료에서 "박 회장으로부터 후원금을 포함한 어떤 명목으로도 단 한 푼의 돈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리스트 어디까지…

끝이 없다. 박 회장이 정·관계 인사 70여명에게 현금 또는 미 달러를 뿌리며 전방위 로비를 펼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사무실 금고에 늘 현금을 쌓아둔 박 회장은 여야를 넘나들며 정치권과 깊숙한 인연을 맺었다. 박 회장은 한나라당 재정위원장을 지냈고, 정계에서 은퇴한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개인연구소 설립 비용까지도 대줬다. 박연차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해명자료를 내는 정치인들도 잇따르고 있다. 최철국 민주당 의원은 "전세 보증금 7천만원을 빌린 뒤 이자를 더해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