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갓난아기나 다름없는 올해 열 두살의 (유)기선이와 열살이 된 준선이 형제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몸무게가 각각 36㎏, 21㎏이지만 말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니 갓난아기나 다름이 없지요.
다른 아이들은 한창 잘 먹고 뛰어놀 때지만 우리 아이들은 침대에서 꼼짝을 못합니다. 생후 9개월부터 발달장애 증상을 보이더니 지금껏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10년이 넘도록 그 흔한 '엄마'라는 말 한마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기선이는 생후 9개월부터 이상한 증세를 보였습니다. 옹알이를 하지만 말이 되어 나오지를 않았고, 붙잡고 일어서긴 했지만 자꾸 주저않아 한발짝도 떼질 못했습니다. 일곱살 무렵부터는 간질 증상까지 시작됐습니다. 심하진 않지만 경기를 하는 것처럼 몸을 들썩이는 증세가 하루도 끊이지 않고 계속됐습니다.
청전벽력 같은 것은 동생 준선이 역시 기선이와 너무나도 똑같은 증상을 보인 것입니다. 생후 9개월부터 발달장애를 보였고, 간질 증세까지 형과 똑같이 앓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준선이는 활달한 성격을 가졌다는 사실입니다. 기선이는 침대에 누워 꼼짝할 생각을 않지만 준선이는 무릎으로 온 방을 밀고 돌아다닙니다. 걷고 뛰어도 모자랄 나이에 기어다니는 그 모습을 보면 가슴이 미어지지만, 그 정도라도 움직여준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지요.
발달장애 진단을 받고 지금껏 재활치료에 투자한 돈만도 천수백만원에 달할 지경입니다. 재활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지만 돈의 장벽은 너무나도 높았습니다. 물리·작업 치료는 국가의 지원을 받아 계속할 수 있었지만 한 달에 50만원 가까이 드는 언어치료와 감각치료는 엄두도 못 낼 일이었지요. 중소기업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남편의 월급으로는 고령의 시어머니까지 다섯식구가 생활하기에도 빠듯해 최소한의 재활치료와 약값을 충당하는 일도 버거웠습니다.
그래도 병원신세 지는 일 없다는 사실에 감사해왔는데, 최근 3개월 동안은 아예 병원에서 살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걷지도 못해 활동이 거의 없던 아이들이 온몸이 축 처져 하루종일 꼼짝도 않는 날들이 계속되면서부터였습니다. 서울의 병원을 찾아갔더니 대사 이상으로 인한 뇌병변 장애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뭐가 원인인지 밝혀내지도 못한 채 말입니다.
또 2월 말에는 또 급성폐렴 증상으로 응급실에 실려와야 했습니다. 어쩌면 두 아이가 그리도 닮은 건지. 폐렴 역시 같은 날 함께 앓기 시작해 같이 중환자실 신세를 졌습니다. 특히 준선이는 목과 코에서 피가 멈추질 않아 의사선생님께 "아이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지만 지금은 조금씩 회복단계에 들어 일반 병실로 옮겼습니다. 그래도 아직 미열이 떨어지지 않고 기침이 계속돼 잠도 편히 못 이룬 채 '그렁그렁'하는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럴 때 애들이 말이라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엄마, 나 여기가 아파"라고 말이라도 해 주면 등이라도 두드려주고, 가래라도 뱉을 수 있도록 도와줄텐데 아직 전 부족한 엄마인가 봅니다.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뭘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몰라 발만 동동 구르게 되니까요.
엄마라면 자식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 한없이 흐뭇해야 하는 법인데 전 걱정이 앞서는 나쁜 엄마입니다. 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이 둘이 자꾸 몸집만 커져가니 여기저기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일도 힘에 부치기 때문입니다. 팔순을 바라보는 시어머니와 제가 아이들을 휠체어에 태워 밀고 다니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은 언제쯤 다른집 아이들처럼 '엄마', '아빠'라고 부르며 달려와 안길 수 있을까요? 그런 날은 평생 오지 않는 걸까요?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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