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박연차에 현 정권 인사까지 놀아났다니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뿌려 댄 돈을 받아먹은 면면이 연일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어제까지 정'관계 인사 13명이 모두 142억 원을 건네 받은 것으로 확인하더니 오늘은 2명의 국회의원을 추가했다. 70여 명이 올라 있다는 '박연차 리스트' 사실 관계를 파고들수록 부정한 로비'뇌물'정치자금 실상이 계속 얼굴을 드러낼 것이다.

박 회장이라는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 최대 후원자이자 노 정권 실세들의 자금줄이었다는 점에서 당시 인사들이 줄줄이 엮여있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가 한 짓을 보면 자기 사업을 키우거나 지키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여야를 따지지 않고 선거 뒷돈을 댔는가 하면 농협 알짜배기 자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대통령 형부터 매수했다. 그런 판이니 그에게 신세지지 않은 인사들이 지난 정권에서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어처구니없는 것은 현 정권 인사들조차 그가 뻗친 검은손에 놀아났다는 사실이다. 그제 검찰이 구속한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박 회장이 세무조사와 검찰 고발 무마를 청탁하며 건넨 2억 원을 덥석 챙겼다. 당시는 추씨가 현직에서 물러난 상태였다. 그런데도 추씨를 구워삶은 데는 이용 가치가 있다고 봤을 것이다. 추씨 또한 돈에 상응하려 뛰어다녔을 것으로 보는 게 상식이다. 청와대가 前職(전직)의 비리라고 치부하고 말 게 아닌 이유다.

첫 민정수석을 지낸 이종찬 씨가 이 대통령과 가까운 모 인사와 함께 지난해 세무조사 직후 여러 번 회동했다는 사실 또한 청와대가 가볍게 보아 넘길 문제가 아니다. 이들이 박 회장 보호를 위해 가만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 전 수석은 서울고검장 사직 직후 자신의 동생을 통해 박 회장과 수억 원의 수상한 돈거래를 했던 게 이번에 들통났다. 이런 사람을 司正(사정) 지휘라인에 앉혔던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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