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대게 집산지인 영덕의 일부 상인들이 불량 대게나 수입산 대게를 '영덕대게'로 둔갑시켜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악덕 상인들이 살이 차지 않은 물게를 속여 팔고 수입산 대게를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했다가 들통나 '영덕대게=명품대게'란 명성에 먹칠을 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공공연하게 나돌았던 영덕대게 '둔갑 소문'이 최근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실로 드러나자 영덕군청 홈페이지 등에는 비난 글이 쏟아지고, 언론사와 대게 상가에도 소비자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또 '나몰라라 행정'으로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영덕군 등 관련 기관들은 지역 이미지 실추와 지역경제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 우롱하는 상술
일부 상인들이 소비자들을 속여 파는 상술은 두 가지다. 하나는 속이 텅 빈 물게를 정상품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입찰조차 참여하지 못할 정도로 품질이 떨어지는 등외품이지만 인터넷 소비자나 산지를 찾은 관광객들은 속이 알찬 영덕대게로 알고 고가에 구입한다. 게의 속을 확인할 수 없는 인터넷 소비자들은 집에서 상품을 보고서야 속았음을 알고 항의하지만 분통만 터뜨릴 뿐이다.
또 다른 하나는 북한산과 러시아산 게의 원산지를 속인 수법이다. 겉모양만으로는 전문가들도 구별하기 어려운 점을 이용해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속여 팔고 있다. 영덕대게에만 붙여 국내산 대게임을 증명하는 표식으로, 재사용이 안되는 것으로 알려진 빨간색 인증표를 수입산에 붙여 파는 경우도 허다하다. 1kg에 3만5천원하는 수입산을 빨간색 인증표를 붙여 대게 중 최상품이라 할 수 있는 박달대게로 둔갑시켜 팔면 10만원을 호가해 엄청난 폭리를 챙길 수 있다.
◆소비자 불만 폭발
최근 불량 대게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영덕군이나 언론사, 대게 상가 등에 피해 사례 신고와 항의 전화를 하는 등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3일간 열린 대게축제 기간 동안 영덕을 찾은 윤모(경남 창원시)씨는 영덕군 홈페이지를 통해 "몸통지름이 10cm쯤 되는 대게 6마리를 15만원에 구입해 집에 와서 보니 다리는 살이 반밖에 없고 몸통은 거의 없었다. 이제 다시 영덕에 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모씨는 "일부 상인들이 물게를 섞어 팔거나 교묘히 완장(팔간색 인증표)을 위조해 최상품 대게로 속이는 바람에 영덕대게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다"며 "상인들은 하루 빨리 사과하고 영덕군은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량한 상인들만 피해
소비자들 못지않게 선량한 상인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 강구항의 한 상인은 "대부분 상인들은 국내산과 수입산을 엄격히 구분해 팔고 있으며 양심불량 상인은 극소수이다. 하지만 이런 사태가 발생한 만큼 상인들 스스로 각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소비자들도 무조건 깎겠다는 생각과 대게가 제철(1~3월 중순)이 지나면 살이 빠진다는 사실을 알고 구매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영덕 대게가게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영덕군의 '나몰라라 행정'
이번 사태에 대해 단속권을 가진 영덕군 등 관련 기관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게 주민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불량 대게나 원산지 둔갑 판매 행위는 지역 사회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으나 관련 기관들은 지도단속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주민 최모(39)씨는 "올 것이 왔다. 행정당국이 흉내만 냈지 제대로 단속을 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기회에 모든 관계 기관들이 나서 지도 단속을 벌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영덕·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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