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는 국제적인 말(馬) 산업 중심지로 경북을 부각시키고 경북의 말을 세계적 브랜드로 키워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2010 상주 세계대학생 승마선수권대회'를 유치한 상주를 비롯해 영천·구미 등 지자체들이 경제성과 수요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경쟁적으로 승마장 건립에 나서면서 중복투자와 출혈경쟁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승마장 건설 붐
구미시는 낙동강변의 원예농단 부지 9만㎡에 사업비 70억원을 들여 내년 9월 개장을 목표로 승마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마장마술대회와 지구력대회 등 각종 승마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국제 규격의 실내마장과 실외마장·마사·주행로·클럽하우스 등 편의시설을 갖춘다. 승마장이 완성되면 낙동강 수변공간을 이용한 승마트레킹 코스 개발과 함께 전국 승마대회도 유치할 계획이다.
영천시는 이미 지난해 11월 운주산 승마장을 개장했다. 운주산 승마장은 자연휴양림 속에 숲속의 집·산막시설·등산로 등 각종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 승마를 위한 국제 규격의 실내·외 승마장과 70여필의 말을 수용할 수 있는 마사와 목책이 설치되어 있는 1.2km의 숲속 외승로 및 승마 투어를 위한 3.5㎞의 산악승마 코스 등도 설치했다. 영천시는 운주산 승마자연휴양림을 인근의 임고서원 등 문화유적지와 보현산 천문대·골프장 등 관광 레저 자원과 연계해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봉화군도 지난해부터 군민 등을 대상으로 무료 승마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2, 3개 시군도 경마장 건설 등 승마산업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출혈경쟁 우려
상주시가 '2010 세계대학생 승마선수권대회'를 유치한 것에 대해 다른 지자체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구미·영천·봉화 등이 상당한 예산투자로 승마산업 기반을 닦아놓은 터에 상주시가 2010년 승마대회를 유치하면서 뒤늦게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구미시 한 관계자는 "구미는 40만 인구와 평균 연령 31.4세의 젊은 도시로 시장성이 크지만, 인구 10만명대의 농촌지역에 100억원대의 예산을 들여 승마장을 건립하다는 것은 앞을 내다보지 못한 행정"이라면서 "경북도가 조정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상주시는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고 세계대회를 유치한데다 사후 승인조차 받지 못해 정부의 무관심 속에 대회를 치러야 할 형편이다. 이에 따라 국비 지원이 불투명할 뿐 아니라 대회가 끝난 뒤 사벌면 경천대 일원의 15만㎡ 부지에 남을 승마장 활용 방안도 마땅치 않다.
승마붐이 크게 일지 않는다면 승마장이 '유지비만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상주시의회와 일부 시민들은 "승마인의 저변이 넓지 않은 상황에서 200억원이나 들여 승마대회를 개최할 필요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중복투자와 출혈경쟁 우려가 있지만, 영천·구미·상주 등 각 지자체 간 경쟁을 통해 승마산업이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홍섭 정창구 이채수 모현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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