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분양 아파트만 혜택…기존 계약자 역차별 '분통'

'기존 계약자는 '봉'입니까'

입주를 앞둔 아파트 계약자들이 정부와 시공사의 '역차별'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세제 경감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미분양 아파트에만 혜택이 주어지는데다 시공사의 분양가 할인에서도 소외받는 등 상대적 불이익이 크다.

특히 금융권의 분양권 전매 제한조치까지 더해지면서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피해가 기존 계약자들에게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커지는 역차별 논란

지난 2006년 4월 대구 수성구지역 158㎡형(48평형) 아파트를 6억원에 계약한뒤 이달 입주를 준비중인 김모(49)씨. 지난해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집값에 속앓이만 해왔던 김씨는 입주를 위한 자금 준비를 하면서 열받고 있다. 김씨 계산에 따르면 계약을 먼저한 죄(?)로 입게되는 손해가 최소 6천~7천만원을 넘기 때문.

우선 집값이 분양가 대비 3천만원 이상 떨어진데다 시공사가 미분양 아파트 계약자에게 적용한 중도금 유예나 무이자 혜택 등이 3천만원을 넘는다. 여기에다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 계약자에게만 적용하는 취득·등록세 할인 혜택(1%)은 600만원에 이른다.

특히 미분양 아파트에만 적용되는 5년간의 양도세 면제까지 감안하면 향후 집값이 오를 경우 김씨의 상대적인 손해는 1억원을 넘을 수도 있다.

김씨는 "경기가 나빠져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이해를 하더라도 시공사 보유분 미분양 아파트에만 혜택을 주는 것은 기존 계약자에게는 지난친 고통 전가"라며 "양도세 면제 혜택이 있는 집만 우선적으로 거래가 될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은행권의 전매 제한도 반발을 사고 있다.

계약때 중도금 대출을 했던 은행들마다 지난 연말 이후 전매 조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분양금액이 4~5억원을 넘는 고가 아파트의 경우, 사실상 분양권 전매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은행들이 부실 전매에 따른 대출 사고를 막기 위해 전체 신용등급(8등급) 중 최상위 등급자들만 분양권 매수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며 "기존 대출이 없고 소득증명 금액이 5천만원을 넘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워 현실적으로 전매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아파트 계약자 중 상당수가 손해를 보고도 분양권을 팔수 없으며 잔금을 납부한뒤 등기를 해야만 매도가 가능한 실정이다.

◆거세지는 입주자 반발

차별 적용되는 정부의 세제 혜택에다 시공사들의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이자 감면 등 실질적 할인에 나서면서 입주 단지마다 시공사와 계약자들의 마찰이 불거지고 있다.

당초 입주 지정 기간이 지난달까지였던 수성구 A단지의 경우 계약자들이 입주 거부 운동을 펴면서 현재까지 입주한 가구가 전체의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단지 계약자들은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분양가 할인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공사측도 미분양에 따른 손해를 보고 있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어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

또 입주를 시작한 수성구 지역 B 단지의 경우는 시공사가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할인 혜택을 전제로 적용한 조건 변경안이 무려 10개에 달해 반발을 사고 있다

비상대책위 관계자는 "입주자 모임을 하면서 계약 조건이 10여개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며 "발코니 무료 확장에서 시작한 조건 변경이 중도금 무이자, 잔금 유예까지 확대되면서 최초 계약자와 분양 금액이 3천~4천만원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입주가 진행중이거나 올 입주를 앞둔 단지 중 10여개가 계약자들이 시공사를 상대로 잔금 유예, 무이자 전환 등의 추가 혜택을 요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시공사들도 적자 분양을 하고 있는데다 정부의 세제 혜택도 소급 적용이 쉽지않아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