統營(통영)은 인구 13만여 명의 중소도시이다. 한려수도의 관광명소지만, 음악인들에게 통영은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이 평생 그리워 한 곳, 그리고 올해 8회째를 맞은 통영국제음악제로 기억된다.
윤이상 음악제를 모태로 재단법인의 출범과 함께 2002년 시작한 이 음악제는 첫 해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윤이상의 유명 제자들이 세계 각국에서 날아왔고, 정명훈이 지휘한 프랑스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2회 때는 윤이상과 친분이 있던 세계 정상의 오보에 주자 하인츠 홀리거가 왔다. 또 폐막연주회는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의 협연이었다.
당시 知人(지인)과 함께 이 폐막연주회에 다녀왔다. 6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감동이 남아 있다. 메타와 빈 필의 연주를 직접 본 데도 이유가 있다. 하지만, '통영에서의 빈 필'이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을 훌륭하게 성공시킨 '통영의 힘'에 대한 감동이 더 컸다.
연주회가 끝난 뒤 만난 김승근(서울대 국악과 교수) 음악제 사무국장의 말에 더욱 놀랐다. 그는 2004년에 런던 심포니를 초청하고, 윤이상 음악당이 완공되면 베를린 필을 불러 개관 기념음악회를 열겠다고 했다. 그의 말은 아직 지켜지지 않았지만 이 음악제에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 모스크바 필, 크로노스 콰르텟 등 세계 정상급 단체들이 매년 참가했다.
대구는 통영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대도시다. 특히 음악 인프라는 서울을 제외한 어느 도시보다 우위에 있다. 오페라하우스를 비롯, 객석 규모가 1천 석이 넘는 공연장이 6곳이나 되고, 대구 경북 각 대학을 졸업하는 전문 음악인도 연간 1천 명이 넘는다. 그럼에도, 음악적 지명도가 통영보다 뒤떨어진다. 그것은 대구시의 의지력 부족 때문이다.
통영국제음악제와 비교할 만한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보자. 2003년 오페라하우스 개관과 함께 시작한 이 행사는 올해 7회째다. 출범 초기의 목표는 대구를 대표하는 축제 만들기였다. 나아가 오페라 무대 제작이나 조명, 의상 전문가들을 키우고 오페라 오케스트라, 합창단, 무용단, 발레단을 만들어 대구를 오페라 중심도시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어느 목표에도 발걸음조차 옮기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돈이다. 이 축제의 사업비는 12억 원으로 서울의 웬만한 오페라 한 두 작품의 제작비 수준이다. 턱도 없는 사업비로 '국제'라는 이름을 내걸고 축제를 하려니 우선 구색을 채우는 식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통영국제음악제가 짧은 시간에 자리 잡은 것은 통영시와 후원사인 금호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돼 가능했다. 한 두 개의 축제가 더 있으나 걸음마 단계여서 언급할 바가 못된다.
이 축제가 대구 대표축제로 발전하지 못하고 매년 일회성 행사에 머무는 것은 대구시의 잘못이 크다. 축제 개최 당시 대구시는 5년 내로 예산을 30억 원 규모로 늘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2009년 사업비도 12억 원에 머물러 있다. 특히 대구시는 그 사이 몇몇 축제를 더 만들면서 사업비 확보를 스스로 어렵게 했다. 귀동냥한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에 따르면 대구는 국비지원을 요구하는 축제가 많아 도매금으로 저평가되거나, 찔끔찔끔 나눠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축제의 다양성은 필요하다. 그러나 백화점식의 늘어놓기가 돼서는 안 된다. 문화도시라고 일컬어지는 세계 유수의 도시들을 보라. 특색있는 대표축제가 문화도시의 최정점에 있지 않은가. 매년 수억 원이 들어가는데도 일회성에 그친다면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 그리고 그 논의의 출발점은 문화 인프라 구축, 자생력, 대구 문화예술계와의 동반 발전 가능성 등이 돼야한다고 본다. 이와 함께 성과를 철저하게 평가한 뒤 과감하게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
우리 시대는 다양성보다는 선택을 통한 집중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음악제로 기억되는 통영이 될 것이냐, 두루뭉술한 대구가 될 것이냐는 대구시가 선택해야 한다.
鄭 知 和(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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