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화언 전 대구은행장 'CEO레터' 책으로 펴내

"직원과 소통하는 섬김의 경영 중요해요"

"은행장이 되고 난 뒤 스스로에게, 또 직원들에게 한 약속이 있습니다. 한 편씩 편지를 써서 'CEO레터'라는 이름으로 직원들에게 보내겠다고 말입니다.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일이 너무 많아 도무지 짬이 나지 않았죠. 하지만 약속을 어길 수 없었습니다. 고통스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편지가 어느덧 182편이 됐습니다. 이 중에서 92편을 추린 뒤 은행을 떠나며 책을 만들어봤습니다. 저와 대구은행 직원들이 나눴던 얘기들을 산업현장의 여러 경영인들이 한번쯤 읽어봤으면 하는 뜻도 담겨있습니다."

25일 퇴임식을 가진 이화언(64) 전 대구은행장. 그가 'CEO레터'를 책으로 펴냈다.

"과거엔 은행장이라면 제왕적 위치였습니다. 은행원들은 행장을 보면서 '저 사람은 나하고는 아주 멀리 떨어진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저는 이를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3천여명이나 되는 직원들과 소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편지였습니다. 편지 내용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너희는 내 부하니까, 이렇게 해'라는 식의 편지 내용은 될 수 있으면 쓰지 않았습니다. 조금은 부끄러운 얘기도 쓰면서 직원들의 마음문을 노크했습니다. 얼마 지나니까 직원들도 마음을 열고 댓글까지 달아주더군요. 은행장과 직원들 간의 소통이 성공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경영의 최우선적 요소는 직원중시 경영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직원과의 소통을 통해 직원들 만족시켜야 직원들이 더 나은 서비스를 하게 돼 고객이 만족하고 장기적으로 은행 영업 실적 개선을 통한 주주 만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직원중시 경영을 위해서는 첫째 제대로 된 성과보상이 이뤄져야 하고, 둘째 직원들을 전문인으로서 제대로 교육시켜야하며, 셋째 직원들과의 파트너십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 책의 부제는 '섬김의 리더십으로 지속가능경영을 이끌다'입니다. '나를 무조건 따라와'라는 식의 리더십은 곤란합니다. 행장인 내가 먼저 실천한다는 각오로 섬김의 리더십을 펼쳐야 지속가능경영이 가능합니다. 결국 직원들을 잘 다독여야 CEO가 성공하고 조직이 잘됩니다."

이 전 행장은 이 책의 많은 부분에 기업이 어떻게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고 했다. 우리 지역 기업들이 윤리적으로 깨끗하고 환경에 이바지해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사회책임경영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장사만 잘한다고 좋은 기업이 아닙니다. 기업시민이라는 단어까지 나와 있습니다. 단기적 업적에 연연해서는 안되고 기업이 사회에서 어떤 책임을 가져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는 책 제목 밑에 '가방속에 세계를 담아라'는 말도 썼다.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은 국제감각을 가지며 견문을 넓혀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CEO들도, 기업의 조직원들도 글로벌 마인드를 담아야 합니다. 우리는 지구촌의 일원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지역의 경제 원로로 이제 자리를 바꾸는 이 전 행장은 이 책을 통해 지역민들과 자신의 경험을 고스란히 나누고 싶다고 했다.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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