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색깔]노랑(yellow)-희망을 부르는 색

노랑은 새봄에 싹트는 희망을 부르는 태양의 색으로 명랑하고 쾌활하다. 황금'해바라기를 연상케 하며 기쁨과 찬란함을 느끼게 한다. 노랑은 빛을 발하고 미소 짓는 색, 친절함을 나타낸다. 길거리에서 병아리 같은 유치원 아이들의 노란 옷과 그들을 실어 나르는 노란 차 색깔을 보면 마음부터 따뜻하다.

◆ 노란꽃의 대명사 개나리

개나리꽃의 꽃말은 '희망'이다. 대구 앞산, 신천 둔치 등 시내 곳곳에는 화창하게 만개한 노란 개나리꽃이 즐겁고 빛나는 미소로 시민들을 손짓한다. 개나리꽃 세상을 보려면 목포 유달산을 찾으면 된다.

목포 유달산은 샛노란 산수유와 개나리꽃이 봄을 알린다. 특히 개나리꽃이 만발하면 산 입구 높이 60m의 바위산인 노적봉 일대는 온통 노란빛으로 물든다. 게다가 3월 말이 되면 하얀 벚꽃이 더해져 유달산은 봄꽃세상이 된다. 유달산을 포함, 목포시 일원에서는 '유달산 개나리 축제'(4월 초)가 열린다.

◆ 올봄 트렌드는 노란색

극심한 경기불황으로 우울한 요즘 '희망'을 상징하며 즐거움을 선사하는 '노랑' 컬러가 패션계를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디자인계에 표준 색상을 제공하는 미국의 팬턴컬러연구소가 올해의 유행색으로 미모사꽃처럼 화사한 '노랑'을 선정했다. 팬턴 관계자는 노랑은 태양의 따뜻함을 나타내는 색상으로 안도감을 주는 색상이라며 다른 색상과 잘 어울리는 다재다능한 색상일 뿐만 아니라 남녀 모두가 소화할 수 있어 패션은 물론 인테리어에서도 활약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컬러의 유행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며 당대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직접적으로 표현해준다. '걱정을 모두 벗어버리고 스마일 스마일 스마일…'로 시작되는 노래 하면 떠오르는 '스마일 마크'는 1970년 불황을 이겨낸 대표적인 심벌이다. 동그랗고 노란 바탕에 검고 동그란 눈과 한껏 웃는 모양의 입 모양이 그려진 스마일 마크는 전 세계에 닥친 불황을 극복하려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그 시대 사람들처럼 노랑을 원하는 것은 아마도 40년 전 그들의 마음과 같다. 이에 따라 노랑은 단순히 패션을 위한 컬러가 아니라 이 시대를 대변하는 트렌드로 올봄 거리를 휩쓸 전망이다.

노란색을 사랑한 대표적 화가 반 고흐는 작품 '해바라기'에서 방 전체를 해바라기로 채우고 싶을 만큼 쏟아질 듯 휘몰아치는 강렬한 붓 터치로 절망 속에서 희망을 그렸다. 이처럼 노란색은 움츠렸던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을 알리는 계절의 색이면서 또한 시대를 함께하며 강렬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시내 각 백화점 매장에는 노란색이 패션을 이끌고 있다. 골프웨어, 실크 블라우스, 와이드 팬츠, 트렌치 코트, 구두, 립스틱, 매니큐어 등 노란색의 컬러 마케팅(색상을 이용해 판매를 극대화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 노란 피망, 노란 수박, 노란 멜론 등 식품매장도 마찬가지.

동아백화점 핑 골프웨어 매장을 하고 있는 권정옥씨는 "사회가 암울하고 혼란스러울수록 안정된 제품을 추구하게 된다. 톤이 깊은 노란색 골프웨어는 따뜻함, 햇볕, 활력을 상징하기 때문에 불황에도 희망, 안정,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노란색 골프웨어로 손님의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의기소침해질때 노란 옷을 입거나 노란색 소품으로 장식하면 기분이 전환된다는 얘기다.

해외 패션쇼에서도 노란색이 주목받고 있다. 유명디자이너 캘럴리나 헤레나, 마이클 코어스는 2009년 봄'여름 패션쇼에서 노란색 롱 드레스와 노란색 물방울 무늬 비키니 수영복을 각각 선보였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의 노란 원피스 패션도 국내에 상륙했다. 미셸 오바마 여사가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 노란 원피스 차림을 선보인 후 국내 인기 드라마에서 중견 여성 탤런트들이 멋진 노란 원피스로 안방의 시청자를 사로잡았으며 원더걸스는 '노바디'를 부르며 노란색 드레스로 눈길을 끌었다.

출판계도 마찬가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정서를 색으로 키워주는 동화책도 나왔다. '색깔정서그림책'은 빨강 파랑 노랑 3색 동화로 귀여운 삽화가 더해져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색깔정서그림책'은 '불끈불끈 용기가 솟아나는 빨강' '사르르 화를 풀어주는 파랑' '깔깔깔 웃음이 번지는 노랑' 세 권으로 구성돼 있는데 특히 노랑은 희망과 따뜻함으로 두려움 많고 의기소침한 아이의 기분을 희망과 기쁨으로 채워준다.

◆ 영화'미술 속 노란색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영화 '해바라기'(1970년). 한 남자만을 그리며 척박한 땅에 뿌리를 박고 살아온 여인 지오바나. 소피아 로렌이 불거진 광대뼈 사이 깊은 눈으로 세월을 지켜온 여인을 연기했다.

2차 세계대전 무렵. 나폴리 시골에 살던 지오바나(소피아 로렌 분)는 밀라노에서 온 안토니오(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분)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안토니오와 지오바나는 결혼식을 올리지만 남편 안토니오는 곧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남편을 기다리던 지오바나가 받은 것은 한 장의 전사 통지서. 그러나 지오바나는 그가 살아 있음을 확신한다. 사랑의 힘이다. 그녀는 동토의 땅을 뒤져 사랑하는 남자, 안토니오를 찾아낸다.

그러나 무심하게도 그는 이미 러시아 여인과 결혼을 했다. 안토니오만 바라보고 살아온 세월이 무색해진다. 그를 사랑하기에 그에 대한 마음을 접고 돌아서는 지오바나. 그때 그녀의 촉촉한 눈빛은 기차 차창 밖으로 향한다.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 검은 땅을 노랗게 덮은 그 꽃은 그토록 오랜 세월 기다린 그녀의 모습이다.

노란색을 주제로 수많은 명작을 남긴 노란색의 화가 '반 고흐'. 그의 작품 중 하나인 '밀밭'. 하늘 저편이 어두워지고 까마귀떼가 날아오는 모습에서 불길하고 어두운 기운의 엄습을 느낄 수 있으나 황금빛으로 출렁이는 밀밭은 강렬한 노란색 희망으로 용틀임친다. 기껏 까마귀 몇 마리가 곡식 조금 훔쳐먹어 보았자 꿈쩍도 하지 않을 저 광활한 밀밭, 영원한 생명으로 요동치는 황금의 바다, 어두운 하늘의 운명에 대해 강렬한 저항의 몸짓을 보이고 있다. 반 고흐는 이 그림을 그린 며칠 뒤 자신의 가슴에 총을 쏴 이승에서의 삶을 마감했다. 절망 속에서 희망의 노란색 그림을 그린 채로 말이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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