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옛 시조 들여다보기] 꽃보고 춤추는 나비와

꽃보고 춤추는 나비와

송이

꽃 보고 춤추는 나비와 나비 보고 당싯 웃는 꽃과

저 둘의 사랑은 절절(節節)이 오건마는

어떻다 우리의 사랑은 가고 아니 오나니.

봄꽃이 앞다투어 피고 있다. 꽃샘추위가 심술을 부리기도 하지만 자연의 큰 흐름은 한 치 어김이 없다. 맞이할 것은 맞이하고 보낼 것은 보내고 만다. 난만한 봄꽃에 얹는 생각이사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설사 아픔이라도 사랑이 제격이 아닐까.

이 시조는 해주 유생 박준한(朴俊漢)과 기생 송이(松伊)의 애달픈 사랑의 기록이다. 박준한이 과거 길에 강화의 객사에 머물게 되었는데, 주모가 '송이'라는 정절이 뛰어난 기생이 있다 하여 술자리를 같이했다. 술이 거나해진 유생은 송이를 위해 시 한 수를 읊고 화답하라고 채근했다. 그러나 송이는 화답하지 않았다. 유생이 부른 노래가 진원 부원군 고산 류근(柳根)의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유생은 송이의 시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하룻밤 정을 나누고 싶다고 했지만 송이는 아무에게나 정을 줄 수 없다는 시로 화답했다. 그리고 과거길 객줏집에 빠져 큰일을 그르치면 안 된다는 뜻이라고 무안을 덜어줬다. 참 머쓱해졌을 박준한, 그는 과거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들러도 되겠느냐고 물었고, 송이는 그때 뜻을 따르겠다고 했다.

반년이 지난 뒤 유생은 진사시에 급제하여 나타났고 송이는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박준한은 송이를 데리러 오겠다는 언약을 하고 떠났는데, 무심한 세월은 흐르고 흘러 일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다. 기다림에 지친 송이가 언약을 의심하고 있을 무렵 시 한 수가 전달되었다. 병석에서 송이를 그리워하는 애끊는 마음을 담은 시로 서책 속에 끼여 있는 것을 노모가 발견해 보낸 것이었다.

전갈에 의하면 박준한은 급제 후 집으로 돌아와 바로 병석에 누웠고 끝내 세상을 떠났다. 송이는 그 소식을 접하고 통곡하다가 아들의 장례를 치르고 입산한 노모가 계신다는 황해도의 작은 암자에 들어갔다. 속세를 떠나기 전 그들의 시린 사랑을 한탄하는 이 시조를 남기고…. 오! 가고 아니 오는 사랑의 아픔이여!

문무학(시조시인·경일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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