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토요갤러리] 성모자와 성인들

▨ 성모자와 성인들

작가: 지오바니 벨리니(Giovanni Bellini·1430~1516)

제작연대: 1505년

재료: 천 위에 유채

크기: 402×273cm

소재지: 산 자카리아 성당(이탈리아 베네치아)

중부 이탈리아의 내륙도시인 피렌체가 르네상스의 발원지이자 15세기 초기 르네상스를 주도한 도시였다면 북부의 해안 도시인 베네치아는 그와 쌍벽을 이루는, 적어도 회화분야에서는 피렌체를 능가한다고도 할 수 있는 도시이다.

초기 르네상스의 지도적 위치를 차지하던 이 두 도시의 화풍은 '마치 창문을 통해 보는 것처럼'이라는 르네상스 그림의 대전제인 사실주의 안에서도 뚜렷이 구분되는 각자의 특색을 지니고 있다.

우선 피렌체화파가 선묘 표현, 완벽한 형태 추구, 안정된 구도 등으로 상대적으로 지적이며 이상주의적인 경향이 두드러지는 반면, 베네치아화파는 동방세계와 밀접한 지리적·문화적 환경으로 인해 빛과 색채에 의한 표현, 역동적인 구도 등으로 좀 더 감각적이며 자연주의적인 특성을 드러낸다.

화가인 아버지 야코포(Jacopo)의 아들로 태어난 지오바니 벨리니는 이러한 베네치아화파의 특성을 구축한, 베네치아화파의 진정한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세밀하면서도 시정이 풍부한 화풍으로 특히 성모화에 많은 걸작품을 남겼다.

이 그림 역시 성모자와 성인들을 그린 성화로, 우선 화면의 중앙에는 성모에게 안겨 축복을 내리는 듯한 손짓을 하고 있는 아기 예수가 위치하고 있으며, 성모자가 앉아있는 옥좌의 발치에서 천사로 추정되는 한 여인이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왼쪽에 순교자를 상징하는 종려가지를 배경으로 천국의 열쇠와 두툼한 성서를 들고 있는 사람이 베드로이며, 오른쪽에 빨간 옷을 입고 책을 들고 있는 인물은 위대한 교부학자인 성 예로니모이다. 베드로 뒤의 여인은 못이 박힌 수레바퀴로 고문을 당한 성 카테리나이며, 그 맞은편의 여인은 재판관에 의해 사창가로 보내지자 동정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두 눈을 뽑은 성 루치아라는 인물로 자신의 눈이 들어있는 작은 유리그릇을 들고 있다.

이러한 종류의 성화는 본질적으로 화면에 등장하는 성인들의 신분과 그들의 수난사(受難史)를 설명하는 것을 통해 관람자의 신앙심 제고를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화면 속의 인물들 사이에 자연스러운 교감이나 상황적인 연관성 등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조형적으로는 엄격한 대칭 구도나 도식적인 인물배치 등이 오히려 피렌체화풍에 근접한다고 할 수 있으나, 맑고 밝은 색채와 화면 전체를 아우르는 따뜻하면서도 서정적인 빛의 처리는 이 작품이 15세기 베네치아화파의 예술적 성취를 잘 드러내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권기준(대구사이버대 미술치료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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