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한국 육상을 재도약시킬 절호의 기회다. 특히 마라톤의 경우 손기정, 남승룡, 황영조, 이봉주 등 여타 육상 종목에 비해 세계적인 스타를 보유해왔고 수준급의 기록도 나오면서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메달권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한국 마라톤을 홀로 이끌어온 이봉주가 사실상 은퇴했고, 그를 대신할 유망주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 대회를 계기로 마라톤을 재도약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침체에 빠진 마라톤=한 때 한국 마라톤은 수준급의 실력을 보유했다. 고(故) 손기정옹은 1936년 제11회 베를린 올림픽 대회에서 당시 세계 신기록(2시간29분19초)으로 우승했고, 황영조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제패하며 전 세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봉주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2위에 올라 국위를 선양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 동안 한국 마라톤의 대들보 역할을 했던 이봉주가 사실상 은퇴함에 따라 향후 한국 마라톤은 상당히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특히 이봉주의 뒤를 이을 유망주가 아직 나타나지 않아 가장 큰 걱정거리다. 한국 마라톤 신기록도 이봉주가 지난 2000년 2시간7분20초를 기록한 뒤 10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육상계에서는 2007년 대구가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한 후 육상계를 중심으로 "2011년 대회를 계기로 한국 마라톤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 일환으로 새로운 마라톤 스타를 발굴하고, 체계적인 훈련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진작부터 제기됐다.
이종찬 대한육상경기연맹 부회장 겸 마라톤기술위원장은 "근래에 와서 마라톤이 주춤해 비상이 걸렸다"며 "마라톤 선수들이나 지도자들이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처럼 사명감을 갖고 희생 정신을 발휘하는 선수나 지도자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군불 지피는 마라톤 진흥책=정부와 대한육상경기연맹은 마라톤 부흥을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를 마련하느라 부산을 떨고 있다. 최근 육상연맹 산하 마라톤기술위가 육상연맹 이사회에 보고한 '한국 마라톤 경기력 향상 추진 계획안'에 따르면 국내 선수들이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한국 육상의 세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육상 강국과의 지속적인 국제 교류를 통해 육상 선진국의 시설, 인력, 시스템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계획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장기적으로 ▷한국 마라톤 위상 재정립을 위한 중·장기적인 발전 방안을 수립 운영하고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운영 체계를 수립해야 하며 ▷선수 선발 과정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선발하는 등 마라톤 부활을 위한 기본 방향을 보고했다.
단기적으로는 대표 선수를 1진과 2진으로 나누어 선발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1진은 기존 마라토너 중 기록이 우수하고, 7월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와 8월 독일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 대회를 겨냥한 선수들로 구성키로 했다. 2진의 경우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 대회를 겨냥해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는 꿈나무들로 구성할 계획이다. 또 우수 선수들에 대해서는 스포츠 과학지원팀을 구성, 개인별 맞춤 훈련을 실시해 세계적 선수들을 길러내겠다는 것이 마라톤 기술위의 복안이다.
이를 위해 다음달 12일 열리는 대구국제마라톤 대회가 끝난 뒤 마라톤 기술위를 별도로 소집해 이 같은 계획안을 최종 확정키로 했다.
이 위원장은 "대구국제마라톤 대회를 치르고 나면 상반기에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 대회가 모두 끝이 난다"며 "대구국제마라톤 대회와 앞서 열린 서울국제마라톤 대회의 기록을 바탕으로 대표팀을 새롭게 구성하고 본격적인 선수 육성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파격적인 포상금 제도=정부도 마라톤이 메달권 진입에 가장 유력한 종목으로 보고 파격적인 특별 포상금 제도를 마련했다. 뿌려치기 어려운 당근을 제시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육상연맹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한국 육상 발전방안에서 남자 마라톤의 경우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포상금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인상했다. 또 세계 신기록을 수립할 경우 10억원(기존 1억원)을, 한국 신기록을 수립하면 1억원(기존 500만원)을 포상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여자 마라톤도 한국 신기록을 수립하면 기존 500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포상금을 올렸다.
기록에 따른 포상금 제도도 도입했다. 남자 마라톤의 경우 기록이 2시간10분~12분 사이에 들어가면 2천만원, 2시간8분 안에 골인하면 3천만원 등이다. 이 같은 포상금 제도가 비록 2011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지만 포상 금액이 전례에 없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육상에서 마라톤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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