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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막생활 36년만에 누나 찾았다…이태호씨 사연 화제

▲ 36년 동안 움막 생활을 해 온 이태호(63·왼쪽)씨가 칠곡경찰서 지천파출소에서 누나 춘자씨를 만나 새 삶을 위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창희기자
▲ 36년 동안 움막 생활을 해 온 이태호(63·왼쪽)씨가 칠곡경찰서 지천파출소에서 누나 춘자씨를 만나 새 삶을 위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창희기자

일제강점기에 해당하는 36년 동안이나 속세와 인연을 끊고 인적이 드문 들녘 등에서 원시적인 움막 생활을 해온 60대 남자가 가족을 만나 새 삶을 찾게 되었다. 칠곡 지천면 송정리 일대 왜관~대구 4번 국도상의 송정교 철제다리 밑에서 움막을 지어 살고 있는 이태호(63)씨.

집도 전답도 없어 사람의 발길이 뜸한 이곳에 이씨는 버려진 판자 등을 이용해 사람 하나 겨우 누울 공간의 방을 만들었다. 식량은 버려진 벼이삭과 감자·콩·사과·배 등을 이용했다. 또 산과 들을 누비며 약초와 나물 등을 캐먹었다.

시계나 전기 등 문명의 혜택과는 담을 쌓은 채 그저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을 잤다. 물은 인근의 냇물을 이용했다. 사람을 만나 얘기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 이씨가 이렇게 살아 온 것은 벌써 36년째. 27세때 부산의 집을 나와 경상도·충청도·경기도 등 전국을 떠돌며 원시인처럼 생활했다.

하루에도 수십리를 걸을 정도로 산과 들을 누비며 약초 등을 캐먹은 게 건강에 도움이 된 것일까. 집을 처음 나올 때만 해도 한쪽 발이 썩어 들어갈 정도로 당뇨가 심하고 건강 상태가 안 좋았지만, 어느 순간엔가 병은 씻은 듯이 다 나아 있었다.

영양분 섭취도 부족할 듯했지만, 그의 건강 상태는 무척 양호해 보였다. 집안 사정도 건강도 좋지 않아 혼자 떠돌며 살았던 이씨는 사람이 그립고 일을 하고 싶어 한때 일자리를 구하려 애를 써보았지만 주민등록이 말소돼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그래서 모든 걸 포기하고 살았다. 수상한 움막 생활 때문에 그동안 몇 차례나 간첩 신고를 받고 대공 관련 조사를 받기도 했다. 그런 이씨의 원시적인 삶도 이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지난주 거동 수상자가 있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움막으로 출동한 칠곡경찰서 지천파출소 유경종 소장을 비롯한 경찰관들이 이씨의 주민등록을 되찾아 주고 기초생활 수급자 혜택과 함께 농장 등에 일자리도 주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찰관들은 충남 논산에 사는 이씨의 누나 이춘자(66)씨까지 찾아 최근 상봉을 주선했다. 누나 이씨는 "죽은 줄 알았던 동생을 찾아 너무 기쁘다"며, 행려자인 동생에게 새 삶을 열어준 경찰에 거듭 감사의 뜻을 밝혔다.

보건소에서 이씨의 건강 상태를 검사한 결과 당뇨와 혈압 등이 모두 정상이었다. 이씨의 사연이 아름아름 알려지면서 쌀·라면 등 생필품 제공과 일자리 주선까지 들어오고 있다. 한편 이씨의 이색적인 삶의 얘기는 다음달 2일 오후 8시50분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를 통해 전국에 방영된다.

칠곡·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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